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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재 미첼 MJ Mitchell May 20. 2022

시詩 - 낯선 고향
      - 서른아홉

민재 미첼

낯선 고향


민재 미첼


골목은 길었고

꺾어질수록 더 깊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낯선 노래

지루한 전주가 옛 기억과 엉키고

때로는 생경하고 때로는 익숙하고

문간에 놓인 크고 작은 화분들

유년의 기억 같은 덜 자란 상추

어느새 맨드라미 주름마다

노을이 붉고 촘촘하다


그리움을 남기고 떠나는 유목민

그 어리석은 짓을 또

지우고 싶지만 더욱 또렷해지는

슬픈 발자국

기억이 저무는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낯익은 얼굴 하나 없는 고향

여행은 길었다.



* 정이현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중에서 '사랑이 저무는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를 인용



서른아홉


민재 미첼



흔들리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골목을 오르다 올려다본 좁은 하늘

칠이 벗겨진 대문 옆 창틀엔 달이 박히고

바람은 몰려다니며

심지 짧은 것들을 흔들어 댔다


새벽까지 쏟아낸 말과

빈자리를 채운 술과

말랑하고 견고한 서른아홉


기울어진 길을 세우면

다시 안간힘을 쓰며 

비스듬히 서른아홉이 기운다 


홀로 흔들이는 건

심지가 짧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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