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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재 미첼 MJ Mitchell May 06. 2022

시詩 - 하루하루
   - 시를 읽는다, 배경 음악은

민재 미첼

하루하루


민재 미첼


얼룩진 거울에 느슨한 하루가 반사되고 있어요 반투명한 낯선 하루예요 거울 속에서 발견한 못 자국, 무엇이 걸렸던 것일까 한참을 생각해요 아무 할 일이 없어도 시간이 간다는 게 신기해요 쿨럭 마른기침을 하다가 슬며시 일어나 라면을 끓여요 내 발자국 소리가 듣고 싶어 일부러 쿵쿵 걸어요 어디선가 누군가 답을 해요 쿵쿵 그 소리는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해서 내 발소리의 메아리 같기도 해요 반가웠지만 서로 모른척해요 거울이 반사하고 있는 것은 빛이 아니라 시간이에요 국물이 흥건한 라면을 먹는 동안 시간은 싱겁게 지나고 날이 저물어요 어둠이 덩굴처럼 발목을 감고 허리까지 자라면 거울을 닦아요 무료한 시간을 거울 속에 욱여넣고 싶지만 내가 거울 속에 있는지 거울밖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쪽이든 저쪽이든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세상 격리 중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날마다 거울에 하루를 비춰보는 것뿐인걸요.



시를 읽는다, 배경 음악은 하필 모짜르트


민재 미첼


시의 제목이 낙원 이어서일까

모짜르트 클라리넷 콘첼토

오래된 레코드 판이 뱅뱅 돌고 있어서일까

어지러웠다


역설적이어야 하는 절박함

하찮고 시시한 일상도 

낙원이 되는

시인의 간절함이 고조에 달했을 때

빠르고 생동감 있게

대미를 장식하는

론도 알레그로*가 이렇게 슬펐던가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기억되는 쪽은 늘 슬픔이다

아름다움보다 슬픔이

더 오래

대미를 장식한다.


*론도 알레그로 - 빠르고 가벼운 연주의 반복. 론도는 주로 분위기가 빠르고 생동감 있는 형식이라 음악의 대미를 신나고 빠르게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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