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손톱 깎는 날
민재 미첼 MJ Mitchell
손톱 깎는 날
민재 미첼
딴짓을 하다가도 후회되는 일만 생각난다고 했지요 당신은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손톱을 뜯었어요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고 말하듯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당신의 모든 후회를 대신 잘라줄 수 없어서 모른 척하기로 했어요 위로 한들 후회가 나누어질까요 잘라도 다시 자라는 손톱처럼 후회는 다시 자랄지도 모르죠 후회를 후회하고 어리석은 일은 다시 반복되죠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고 당신의 후회 따위와는 아무 상관없이 잘 돌아가잖아요 손톱을 깎아요 깎아도 다시 자라는 기억도 똑똑 잘라내요 후회가 깊을수록 손톱 깎는 일로 후회를 대신해요 신체의 일부를 잘라서 제물로 바쳐요 그리고 잠시 잊어버려요 다시 자라면 잘라내고 또 자라면 잘라내고 이렇게 반복하는 게 삶이죠 어리석긴 하지만 당신의 후회보다 더 어리석진 않아요 날카롭게 자란 손톱은 때때로 자신을 할퀴기도 하잖아요 당신 스스로가 만든 상처를 숨기지 마세요 손톱이든 후회든 당장 잘라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