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겨울에서 봄
민재 미첼 MJ Mitchell
겨울에서 봄
민재 미첼
무명無名의 계절, 골짜기만큼 깊은 간절기였다 엄마 손을 꼭 쥐고 건조한 바람 사이를 걷다가 아직 겨울이야? 묻는 내게 이제 곧 봄이 올 거야라고 말하는 엄마는 어깨 위에 쌓이는 흙먼지를 털어냈다 봄은 내일 와? 엄마를 올려다보며 묻는 내 머리 위로 뿌연 하늘이 차곡차곡 쌓였다 노랗게 일렁이는 하늘은 점점 두꺼워져서 끝내 땅과 붙어 버렸다 엄마는 목도리로 나를 꽁꽁 싸매며 내일 봄이 오면 참 좋겠다고 했다 봄이 오면 왜 좋아? 땅으로 내려앉은 하늘을 콩콩 밟으며 묻는 내게 꽃이 피니까 좋지라고 말하는 엄마는 뿌연 하늘을 가르며 길을 만들고 있었다.
겨울에서 봄, 그 틈 사이를 걷는 내내 엄마는 내 손을 놓지 않았고 간절한 주문을 외웠다.
비가 와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