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재 미첼 MJ Mitchell Apr 13. 2023

시詩-겨울에서 봄

민재 미첼 MJ Mitchell

겨울에서 봄


민재 미첼


무명無名의 계절, 골짜기만큼 깊은 간절기였다 엄마 손을 꼭 쥐고 건조한 바람 사이를 걷다가 아직 겨울이야? 묻는 내게 이제 곧 봄이 올 거야라고 말하는 엄마는 어깨 위에 쌓이는 흙먼지를 털어냈다 봄은 내일 와? 엄마를 올려다보며 묻는 내 머리 위로 뿌연 하늘이 차곡차곡 쌓였다 노랗게 일렁이는 하늘은 점점 두꺼워져서 끝내 땅과 붙어 버렸다 엄마는 목도리로 나를 꽁꽁 싸매며 내일 봄이 오면 참 좋겠다고 했다 봄이 오면 왜 좋아? 땅으로 내려앉은 하늘을 콩콩 밟으며 묻는 내게 꽃이 피니까 좋지라고 말하는 엄마는 뿌연 하늘을 가르며 길을 만들고 있었다.


겨울에서 봄, 그 틈 사이를 걷는 내내 엄마는 내 손을 놓지 않았고 간절한 주문을 외웠다.

비가 와야 할 텐데.

이전 01화 시詩-유일한 오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