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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재 미첼 MJ Mitchell Apr 26. 2023

시詩-물고기가 되어보자

만재 미첼 MJ Mitchell

물고기가 되어보자


민재 미첼


잠시 물고기가 되어 보기로 했다  눈을 감고 물의 무게를 생각했다 온몸을 누르기도 하고 떠받치기도 하는 편안한 물의 무게를 상상하자 어느새 아가미로 숨을 쉬고 있었다 두 다리로 걷는 삶에 싫증이 나기도 했다 반짝이는 비늘을 덮고 다리대신 지느러미를 흔들었다 이끼를 뜯어먹고 흔들리는 물풀사이를 헤엄쳤다 아주 잠깐 물밖 세상이 그립기도 했지만 물고기의 기억은 짧아서 다행이었다 망각 위에 새로운 기억이 쌓이고 그것이 희망이 되었다 물속에 많은 것을 수장시키고 싶었지만 어떤 것은 가라앉고 어떤 것은 떠올랐다 떠오른 것들도 대부분 정착하지 못하고 흘러갔다 아무 미련도 없었다 잠시 물고기가 되었고 아가미가 있었다  삶이 오히려 장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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