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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재 미첼 MJ Mitchell May 10. 2023

시詩-유일한 오늘

민재 미첼 MJ Mitchell

유일한 오늘


민재 미첼

 

아침입니다 눈을 뜨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오늘을 기억하기로 합니다 여느 때처럼 벽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에 고인 밤의 흔적을 지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베개맡에 흩어진 간밤의 꿈은 뒤숭숭하고 희미했고 별로 유쾌하지 않았으며 결론적으로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상하지 않게 보관해 둔 옛 기억과 낯익은 향기가 가득한 이불장 안에서 부화한 아침을 꺼내 식탁에 올립니다 일상처럼 무미건조한 빵에 습관적으로 엄마와 엄마의 평안을 바르고  하루 동안 소모할 감정의 무게만큼 자른 인내심과 함께 꼭꼭 씹어 삼킵니다 이따금 목이 멥니다 찌뿌둥하고 나른한 맛입니다 최대한 우울하지 않게 볶은 원두를 갈아 마시며 아침에 내성이 생기기를 기대합니다 명치에 걸린 엄마가 천천히 소화되는 동안 어제와 내일 사이에 걸린 오늘을 골라 입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반복되는 오늘뿐인 오늘을 기념합니다 다채롭지도 않고 찬란하지도 않을 예정이지만 어쨌거나 유일한 오늘입니다 이렇다 할 의미가 없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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