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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도 말을 한다

by 량과장

강남의 한 인테리어 업체의 마케팅 컨설팅을 진행할 당시의 일이다.

채널 분석을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히어로 섹션에 “주거공간 전문 인테리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당연히 주거공간 전문 인테리어 업체겠거니 했는데, 블로그 게시글에는 전혀 다른 문구가 등장했다.

“상공간 전문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것이다.


놀랍지는 않았다.

SEO 위주의 마케팅을 전개하는 업체들에서 흔히 발견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시글별로 서로 다른 키워드를 타깃팅하다 보니, 브랜드 메시지가 중구난방이 되어버린다.


사실 SEO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면 트래픽 자체는 빠르게 늘어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주거공간 인테리어를 찾던 고객이 블로그에서 ‘상공간 전문’이라는 문구를 마주하면 이 업체가 정확히 어떤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타깃 키워드를 다각화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주거공간 인테리어와 상공간 인테리어 키워드를 모두 타깃팅하고자 한다면, “토탈 인테리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디자인 스튜디오”로 브랜드를 먼저 포지셔닝하고, 그에 맞춰 SEO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하면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함과 동시에 두 키워드를 모두 선점할 수 있고, 고객이 어떤 경로로 유입되었든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브랜드는 어디서 말할까?


브랜드와 고객의 접점은 의외로 많다.

홈페이지의 메인 카피부터 소셜미디어 포스팅, 이메일 뉴스레터, 보도자료, 브로셔, 고객 응대 스크립트까지. 브랜드는 끊임없이 ‘말’하는 존재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브랜드가 모든 채널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채널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표현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와 태도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주요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역할은?


✔️ 홈페이지

브랜드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공간이다.

방문자들이 브랜드에 대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이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 블로그

브랜드의 전문성과 인사이트를 보여주는 채널이다.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브랜드의 관점과 철학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 보도자료

언론과 대중에게 공식적인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다. 공식적이고 신중한 톤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 브로셔

브랜드의 핵심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자료다. 첫 만남에서 브랜드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각 채널의 목적과 형식은 다르지만, 모두 하나의 브랜드를 대표한다는 점은 같다. 채널에 따라 말투는 달라져도, 전하려는 메시지의 방향성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브랜드는 어디서든 같은 애티튜드, 같은 콘텍스트로 말해야 한다.



행동경제학 이론, 이렇게 접목해 보세요!


일관성의 원리 (Consistency Principle)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 행동이나 믿음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일관성의 원리’다. 이 원리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도 유용하게 작용한다.


브랜드가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면,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반대로 메시지가 흔들리면 인지 부조화가 발생하고, 이는 곧 불편함과 거리감으로 이어진다.


실무 TIP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동일한 핵심 가치와 메시지를 유지하되, 각 채널의 특성에 맞게 표현 방식만 조정하자.



인지적 용이성 (Cognitive Ease)


사람들은 이해하기 쉽고 익숙한 정보를 더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복잡하거나 낯선 메시지는 인지적 부담을 유발하고,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Woolworths는 “The Fresh Food People”이라는 슬로건을 홈페이지, TV 광고, 브로셔 등 모든 채널에서 일관되게 사용한다.

‘신선함’이라는 메시지를 각기 다른 표현 방식으로 전달하면서도, 그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관성과 단순함이 브랜드에 대한 친숙함을 높이고, 기억을 더 쉽게 만든다.


실무 TIP
복잡한 메시지보다는 단순하고 명확하게 핵심 메시지를 정의하고, 모든 채널에서 흔들림 없이 활용하자.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사람들은 기존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신뢰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브랜드 메시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면, 소비자는 그 메시지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이미지와 연결 짓고 더 쉽게 받아들인다. 결과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강화되고, 신뢰는 더욱 공고해진다.


실무 TIP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메시지를 명확히 설정하고, 모든 접점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자.



커뮤니케이션, 어떻게 해야 할까?


✔️ 홈페이지


홈페이지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기준점이 된다.

Bunnings의 홈페이지에는 “Helping Australia build for almost 70 years”라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제품 카탈로그부터 DIY 가이드, 지역 사회 활동까지,

모든 콘텐츠가 ‘호주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메시지로 수렴된다.



✔️ 블로그


블로그는 브랜드의 전문성과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다.

정보 전달이 주목적이지만, 그 안에 브랜드의 관점과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야 한다.

Commonwealth Bank의 블로그는 금융 리터러시와 라이프스타일 팁을 제공하면서도

“호주인들의 더 나은 미래 만들기”라는 브랜드 철학을 일관되게 전한다.

각 게시글에서도 신뢰감 있는 어조가 유지된다.



✔️ 보도자료


보도자료는 언론을 통해 브랜드를 외부에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채널이다.

따라서 사용하는 언어와 메시지는 다른 채널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ANZ Bank의 보도자료는 고객 우선, 금융 혁신, 지역사회 기여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담고 있다.

신상품 출시든 사회공헌 활동이든, “Banking on Australia’s future”라는 핵심 메시지가 꾸준히 반영된다.



✔️ 브로셔


브로셔는 한정된 지면 안에 핵심 정보를 압축적으로 담아야 하는 매체다.

그만큼 명확하고 흔들림 없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RACV의 브로셔는 보험이든 여행이든 관계없이

항상 “We’re for members”라는 브랜드 철학을 중심에 둔다.

복잡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회원 우선’이라는 태도를 끝까지 유지한다.



성공 사례: Harvey Norman


Harvey Norman은 “Go Harvey, Go!”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채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 홈페이지: “최고의 가격, 최고의 선택”이라는 가치 제안을 명확히 제시

• 블로그: 제품 리뷰와 라이프스타일 조언을 통해 고객의 현명한 선택을 지원

• 보도자료: 소매업계 선도와 고객 만족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 강조

• 브로셔: 특가 상품 정보와 함께 “똑똑한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유지

• 매장: 직원 교육을 통해 오프라인 상담에서도 같은 가치를 전달


표현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모든 접점은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고객의 현명한 선택을 돕는 것.



실패 사례: Masters Home Improvement


소매업계의 대표적인 브랜딩 실패 사례로는 Masters Home Improvement가 있다.

2011년, Bunnings의 대항마로 출범했지만 2016년 사업을 접었다.


출발 당시에는 “Better Homes Begin Here”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Bunnings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밀리면서 Masters는 브랜드 전략의 일관성을 잃고, 단기적 개선책을 찾아 헤맸다.


• 2012년: “프리미엄 DIY 경험” → “더 나은 가격, 더 나은 품질”

• 2013년: “가족을 위한 따뜻한 집 만들기” → 여성 고객 중심 메시지

• 2014년: “호주 최저가 보장” → “전문가들이 선택하는 브랜드”


Masters의 슬로건은 매년 바뀌었고, 브랜드는 점점 정체성을 상실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프리미엄인가, 저가인가?”

“전문가용인가, 일반인용인가?”


결국 Masters는 브랜드 선호도에서 Bunnings에 압도적으로 뒤처졌고, 매출 역시 목표치를 크게 밑돌며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Masters의 사례는 지금까지도, 메시지의 일관성을 지키지 못해 모든 고객을 잃은 사례로 회자된다.



브랜드 보이스를 제대로 구축하는 방법


✔️ 1단계: 브랜드 페르소나 정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은 브랜드 페르소나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아래 질문에 답해보자.

• 우리 브랜드는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가?

•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친구인가, 전문가인가, 멘토인가?

•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 경쟁사와 구별되는 우리만의 성격적 특징은 무엇인가?

• 위기 상황에서 우리 브랜드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 고객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태도와 말투를 유지할 수 있다.



✔️ 2단계: 채널별 적용 가이드 수립


동일한 페르소나라 하더라도, 채널에 따라 말투와 어조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하나의 채널 안에서 표현 방식을 자주 바꾸면 브랜드에 대한 혼란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채널별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를 미리 설정해 두는 편이 좋다.


예시: 금융사의 브랜드 보이스

• 홈페이지: 신뢰할 수 있고 전문적인 금융 파트너

• 블로그: 도움을 주는 금융 전문가

• 소셜미디어: 편하게 대화할 수 있지만 신뢰도 높은 카운슬러

• 보도자료: 책임감 있고 권위 있는 금융 기관

• 브로셔: 결정을 이끌어주는 조력자


말투는 달라져도, 태도는 유지되어야 한다.

‘고객의 성공을 돕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핵심 가치는 어떤 채널에서도 흔들려선 안 된다.



✔️ 3단계: 정기적인 메시지 감사


브랜드가 성장하고 채널이 늘어날수록, 말투와 메시지가 흐트러지기 쉬워진다.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정기적인 점검과 메시지 조정이 필요하다.


메시지 모니터링 체크리스트

•모든 채널에서 같은 페르소나가 느껴지는가?

•브랜드 슬로건과 실제 메시지가 일치하는가?

•새 캠페인이나 콘텐츠가 기존 브랜드 이미지와 충돌하지 않는가?

•고객이 어떤 접점에서 브랜드를 만나든, 같은 애티튜드와 콘텍스트를 경험하는가?




고객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싶다면 모든 ‘말’이 하나의 페르소나에서 나오게끔 설계해야 한다.

흔들리는 메시지로 무너진 Masters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흔들리지 않는 보이스로 견고한 브랜드를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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