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열대 몬순성 기후 지역이다. 이 지역의 무더운 기후는 나를 몹시 괴롭혔다. 또 흔하면서도 귀한 것이 물이었다.
우리나라의 기후와 물이 참으로 좋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왔다.
- 기후
베트남 여행 첫날 우리가 들어간 숙소는 ‘모닝 스타 호텔’이었다.
눈을 뜬 아내가 커튼을 열어젖히더니 ‘와!’ ‘와!’ 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호텔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하롱베이, 넓은 바다 위에 볼록볼록 솟은 섬들이 아침 점호를 하듯 종대로 늘어서 있다. 마치 거대한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고개를 돌리니 울창한 숲 사이에 붉은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하롱베이 아침 풍경
시원한 바람이 유입될 거라 생각하고 창문을 열었다. 순간 더운 공기가 콧속으로 팍 밀려들어 왔다. ‘아! 열대지방이지.’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서 전원을 올리고 액정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환하게 보이던 화면의 풍경이 차츰 흐려지더니 거의 보이지 아니할 정도가 되었다. ‘왜 이러나?’ 카메라를 껐다가 다시 켰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카메라가 고장 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아니하여 희미한 상태로 사진을 찍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카메라의 액정이 흐려진 상태
다음 날 아침, 하롱베이의 풍경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다시 꺼냈다. 어제와 같은 현상이 또 나타났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우연히 렌즈를 보았다. 아, 그렇구나! 카메라의 액정화면이 흐려진 이유를 알았다
이른 아침 들판에 나가면 동쪽에서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은 이슬, 풀잎에 방울방울 맺혀 있는 구슬 같은 이슬, 초가을 유리 창문에 붙었다가 흘러내리는 이슬, 그것이 카메라의 화면을 흐리게 한 원인이었다.
호텔 방의 온도는 내가 잠을 자는 동안 20℃ 정도로 유지된다. 반면에 바깥의 공기 온도는 무려 30℃를 웃돈다. 창문을 열었을 때, 상대적으로 차가운 카메라의 렌즈가 바깥의 더운 공기와 만난 것이다. 여름날, 차가운 물이 담긴 유리잔의 겉면에 이슬이 맺힌 원리와 같은 원리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과학지식으로 설명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무더운 기후는 나를 괴롭게 했다.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숨이 탁탁 막히는 것을 체험한다. 10분 정도만 지나면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솟아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다.
회원들이 화장실에 가는 짧은 시간에도 뜨거운 공기가 몰려온다. 중국 음식점 주방의 배출구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를 직접 몸으로 받은 것처럼 견디기 어렵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는 스콜(a squall)이라고 하는 소나기가 날마다 내린다고 하여 우비도 준비했었다. 불행이라 해야 할지 다행이라 해야 할지 여행하는 5일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비를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무더운 날씨는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인천공항에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버스를 타려고 공항 밖으로 나간 순간 시원한 공기가 허파로 유입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머리 위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기후가 얼마나 좋은지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