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공항과 비행기 (1)

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기

by 수필가 고병균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동안 네 군데의 공항을 거치며 네 편의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들 공항과 비행기를 이용하는 동안 아기자기한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되새겨본다.


* 인천공항과 VN417 비행기


여행 첫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나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내 고향 장흥의 ‘한들’ 만큼이나 넓은 공항 주차장, 그곳에 가득 찬 자동차,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항 청사, 세련된 실내 디자인, 끝이 보이지 않는 활주로, 꼬마 아이들의 장난감처럼 보인 비행기, 이런 것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출국 절차를 마치고 비행기 탑승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백화점보다 더 고급스럽고 품위 있는 상가, 안전하게 이동시켜준 에스컬레이터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린 공항 열차, 이것들도 나를 놀라게 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이렇게 기대하며 트랩을 따라 걸어가는 데 비행기의 몸체가 보인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비행기가 아니다. 탑승 인원 200명 이상 되는 비행기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베트남 항공 소속 VN417 비행기다.


이륙한 비행기가 안정적으로 나는가 했더니 덜컹덜컹 소리를 낸다. 1960년대 나의 고향 마을, ‘평화’로 가는 길에서 소달구지에 올라탔을 때의 흔들림과는 조금 다르다. 그 떨림이 규칙적이고 주먹이 살짝 쥐어지는 긴장감이 몸을 감싼다. 그런 흔들림은 베트남 하노이시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수차례 반복되었다.


비행기는 4시간 정도 날았을 때 목적지에 가까이 왔는지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보인다. 끝도 없이 넓게 펼쳐진 밭, 그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촌 마을, 이런 것만 보일 뿐 도시 건물은 없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청사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하고, 그 이후 입국 절차를 밟았는데, 짐 찾는 곳에서 불편함을 경험했다. 짐 찾는 곳은 A 지역과 B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가 탄 비행기가 A 지역 모니터에 나타나면 A 지역에서 찾고, B 지역의 모니터에 나타나면 B 지역에서 찾는다. 이런 시스템은 A 지역으로 갔다가 B 지역으로 가게 하는 등 상당한 불편함을 주었다.


그 불편함은 현실로 나타났다.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인원 파악을 했는데, 손 권사가 보이지 않는다. 5분 정도 더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다. 조바심이 나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찾으러 가야 한다. 그러려면 위험물 검색대를 거꾸로 통과해야 한다. 그게 난제다. 용기를 내서 여자 직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짓을 해가며 ‘사람을 찾으러 가겠다.’라고 사정했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들어가라고 손짓을 한다. 헐레벌떡 뛰어갔을 때, 손 권사는 우리가 짐을 찾았던 B 지역이 아니라 A 지역에 있었다. 회전 벨트 위의 짐은 거의 다 사라졌고, 주변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 손 권사는 천하태평이다. 초조하게 기다린 우리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 하노이 공항과 VN839 비행기


베트남 관광을 마치고 캄보디아로 이동하는 날이다. 그날 해 질 무렵 하노이 공항에서 베트남 항공 소속 VN839 비행기에 탑승했다. 탑승 인원은 200명이 채 안 되는 비행기다. 그래도 흔들림 없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다. 비행기에 내리려고 일어섰을 때, 뒤쪽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돌아보니 거기에도 출구가 있다. 3~4명이 한꺼번에 내리는 계단식 출구다. 출구가 두 군데인 비행기였다.


씨엠립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은 깜깜했다. 저편에 시골 역사 같은 건물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데 길을 밝혀주는 조명탑이 있다. 그 조명탑은 탑이 하나 있었고, 거기에 매달린 등도 하나였다. 화순군 춘양초등학교 운동장 한편에 있는 테니스장의 조명탑과 비교되었다. 여기에는 탑이 네 개다. 그 탑에는 9개 정도의 등이 바닥을 환하게 비춰준다.


공항을 비춰주는 조명등


‘여권에 21달러를 끼워 놓으세요.’ 신신당부(申申當付)하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20달러 지폐 1장과 1달러 지폐 1장을 챙겨 여권에 끼워 놓았다. 그런 다음 공항 청사 안으로 들어갔는데, 직원인 듯한 사람이 다가와서 여권을 회수한다. 한참 기다린 후에 그것을 돌려주면서 우리가 이동해 가야 할 장소를 안내했다.


거기서 또 수수료 1달러를 내야 한다. 가이드가 안내한 사항이다. 그런데 ‘1달러가 없어.’, ’분명 이렇게 끼워 놓았는데…….’ 여권을 보이며 아내는 당황해했다. 아내는 21달러와 1달러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22달러를 한꺼번에 넣은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공항에서는 21달러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게 아내의 상식이다. 그러나 아내의 여권 속에 1달러는 없었다. 속상한 일이었다.

출국할 때에도 수수료 1달러를 또 요구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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