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 밤 8시경에 씨엠립 공항의 출국장 앞에 섰다. 지붕도 없는 난장 같은 입구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검색대 가까이 가면 사람들은 신발을 벗는다. ‘왜 저러나?’ 궁금해하는 나에게 직원이 손짓한다. 한마디 항의도 없이 신발을 벗어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 검색대 위에 올려놓았다. 신발은 벨트의 움직임에 따라 검색대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나는 깨끗하지도 않은 바닥을 맨발로 걸어서 검색대를 통과했다. 당시의 더러운 기분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베트남의 호찌민 공항으로 가는 VN814 비행기에 탑승했다. 베트남 항공 소속으로 탑승 인원이 100명에 불과한 작은 비행기다.
씨엠립 공항과 인천공항 사이에 직항로가 없다. 왜 그럴까? 아마도 씨엠립 공항의 시설이 열악해서 그럴 것이다. 인천공항까지 6시간 이상 날아가는 대형 비행기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가까운 베트남의 호찌민 공항으로 이동하여, 거기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게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베트남의 호찌민 공항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보상하고도 남을 환상의 세계를 구경했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되었다.
비행하는 동안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있다. 심심산골의 초가집 호롱불 같은 불빛도 없다. 그러던 어느 순간 불빛이 보였다. 마치 보석을 깔아놓은 듯 화려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화려함이 더해간다. 오색 찬란한 불빛이 반짝거리는 호찌민시의 황홀한 야경이다. 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30분이 넘도록 구경했다. 숨을 죽이며 그 화려함에 몰입했었다. 바람개비처럼 가볍게 느껴진 비행기였지만, 나에게 가슴 벅찬 추억을 안겨준, 결코 잊을 수 없는 비행기다.
* 호찌민 공항과 VN416 비행기
우리가 잠시 머문 베트남의 호찌민 공항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시에 있는 노이바이 공항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했다. 공항의 규모 면에서 압도했고, 시설 면에서 훨씬 우수했으며, 하늘에서 내려다본 공항 주변의 풍경에서도 그것을 느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통일 이전의 도시 역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통일 전, 하노이시는 공산 월맹의 수도였다. 반면 호찌민시는 자유 월남의 수도 사이공시였다. 이는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있어서 공산주의 국가보다 자유주의 국가가 월등하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처럼 우수한 공항이었음에도 이곳에서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23시가 되었을 때, 비행기 표에 기록된 대로 6번 탑승구 입구에 줄을 섰다. 표를 받아 든 직원이 5번 탑승구를 가리키며 무어라고 말한다.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승객이 ‘몇 분 전에 안내 방송이 있었다.’라고 통역해 주었다. 아~, 이를 어쩌나?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나를…….
20여 분을 더 기다린 끝에 베트남 항공 소속 VN416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가 탑승한 네 편의 비행기 중 탑승 인원이 가장 많은 대형 비행기다. 이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향해 날아가는 6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긴장이 풀리면서 스르르 눈이 감긴다.
호찌민 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 가는 지행기 안에서
네 군데의 공항과 네 편의 비행기에서 경험했던 소소한 사건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영화의 장면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그러다가 아름다운 추억 거리가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그러면서 꿈나라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