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라는 세계

병원 밖에서 팔리는 이야기

by Dr 정하늘의 Mecovery

유튜브에는 계급장이 없다.

사람들이 보느냐 안보느냐. 평가는 시청자들이 하는 세상이다.

인정에 예민한 과거의 나였다면, 절대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나 좋자고 하는거지,

진료실에서 너무 자기효능감을 못느끼는 날이 많으니까.

내가 너무 답답해서 그 답답합을 해소하는 창구로,

내가 할 일을 그래도 해보자. 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 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분명 있지 않을까?

세상과 연결되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당연히 있었다.


그럼에도.

어려울 줄은 알았지만, 열심히 만든 영상이 조회수 10 이렇게 나오니 맥이 빠졌다.

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세상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되는거구나.

그렇게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




이 결심은 내가 레지던트 2년차 때 쌍꺼풀 수술을 하던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내면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겠다고 수술을 안하고 버티다가,

(왜 버틴 것이냐? 모두가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소개팅 시장으로 나오면서, 객관적으로 나의 외모를 업그레이드 해야 된다는 걸 깨닫고,

나의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했던 쌍꺼풀 수술.


그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나의 진짜 이야기를 전하려면, 어쨌든, 사람들에게 지금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 된다.

지금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쉽게, 그렇게 전해야 된다.


물론 내가 쌍꺼풀 수술만 했지, 코 수술은 하지 않은 것처럼.

사람들에게 맞추되 나의 정체성을 버리면서 만들 수는 없었다.

유튜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또 남들만 따라가는 이야기를 하면 안되니까.


그렇게 방향을 잡고 영상을 만들다가,

알고리즘을 타고 올리브오일 영상이 떡상을 했다.

갑자기 구독자가 1000명이 넘었다. 아, 유튜브 알고리즘이란 게 이렇게 무섭구나.




사람들이 고맙다는 댓글을 달아주면, 그렇게 기뻤다.

아,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구나 라는 감각이 소중했달까.

그동안 너무 고맙다는 이야기를 잘 못하고 살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해보게 되었다.

결국 인간이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느끼면 행복하구나.

진료실에서 약처방만 할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중요한 점은, 그 좋은 에너지가 선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구독자분들의 응원이 나에게 와서 좋은 에너지를 만들고, 그게 진료실의 환자에게 전달이 된다.

내 기분이 좋으니까, 환자에게 더 친절해지고, 환자분의 이야기를 더 경청하게 된다.

이야기를 많이 모을수록, 그 이야기들을 연결하고,

그 속의 문제를 내가 고민하고 해결해서, 공유하게 되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만나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소중해진 것이랄까.

그 감각은 내 하루의 시간을 풍성하게 만들어어준다.

의미로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아, 유튜브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과 연결된다는 것, 연결되려면 일단 시작해야 된다는 것,

그 연결에 타인의 인정은 필요 없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 한다는 것.

타인을 배려하려면 내가 나를 수용하고 나를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

억지로, 친절과 배려, 존중은 할 수 없다는 것.

유튜브를 통해서 더 확실해졌다.

그럼 Next 는? 내가 유튜브를 통해서 다음으로 하고 싶은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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