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호르몬 변화는 살찜을 부르고-
여성은 일생에서 3번의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다.
생리를 시작할 한창 사춘기일 때, 임신과 출산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때, 깨끗한 속옷의 즐거움을 경험할 폐경 때이다. 이미 전 국민이 다 아는, 건드리면 안 되는 엄청난 ‘감정 권력가’의 모습이 이 세 시기에 일어난다.
사춘기에 접어든 조카를 보면 여동생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놔둬~ 그냥 놔둬~. 이건 뭔 랩 가사도 아니고 제법 리듬이 있게 들릴 때가 있어서 흥얼거릴 정도다.
임산부가 있으면 두말하면 잔소리다. 놔두는 게 아니라 모신다. 모셔~ 무조건 모셔~ 국가에서도 간절히 원하는 귀한 아이를 임신한 여성은 어디서나 우대의 대상이다.
아이 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도 끝났다고 단호히 생각하는 중년의 폐경 여성은 갱년기를 등에 업고 제대로 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건들지 마~ 날 건들지 마~
놔두고, 모시고, 건들지 않았더니 그녀는 어느새 반백년의 인생을 넘어가고 있다.
우리 주위의 여성들 모습이다. 수업 시간에 호르몬의 큰 변화를 이해하고 여성의 인생을 세 주기로 나눠, 이 시기의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설명하고 어떻게 고객을 관리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할 때가 있다.
앞서 비만은 노화의 도화지 위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춘다고 했다.
이 급격한 호르몬의 광적인 울림이 있는 세 시기에 살이 빠질 수도 찔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찐다.
사춘기의 살찜은 독특한 우리만의 문화가 내재되어 있다. 공부한다고 학교로, 학원으로 장시간 앉아 있어 허리가 아픈 청소년들이 많다. 충분한 운동의 양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 교육 시스템을 탓하고 싶은 맘은 없다.
하체의 요지부동 일관된 책상에 앉는 자세는 순환의 문제를 일으키고 당연히 날로 커져만 가는 부은 엉덩이와 다리를 가지게 된다.
게다가 IT 강국답게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고 있으니 거북목이 없는 청소년이 신기할 정도다. 이래저래 구부정한 목과 허리, 순환 안 되는 하체를 가지게 되는 우리나라의 청소년기가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이 급격한 보디라인의 변화도 20살 성인이 되고 어느덧 성호르몬이 안착이 되면 제법 자리를 잡고 라인의 정리도 경험하게 된다. 건강한 보디라인의 20대 아가씨가 된다.
사춘기의 살찜은 스트레스로 많이 먹거나, 장시간 일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습관, 생리의 시작으로 귀여운 호르몬의 장난 정도로 받아들여도 큰 문제는 없다.
워낙 멋진 연예인들이 많은 우리나라 미디어 문화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뚱뚱하지 않으면서도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있거나 심적으로 날씬함을 추구한다.
젊을 때의 튼튼함과 건강함을
‘난 살을 빼야 해’라면서 사회가 낳은 정신적 강박관념의 <다이어트에 미치기>의 허상과 바꾸면 안 된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이라면 꼭 어르신들께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잘 먹어야 해. 맞다.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그런데 잘 먹는다는 것이 부모님들이 살던 시대의 컨셉과 다르다. 지금보다는 덜 풍족한 시대에 질을 추구하기 위한 양의 넉넉함이 이젠 조심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현대인의 음식은 양이 아닌 질로 평가되고 추구된다. 요즘의 20대는 스스로 칼로리 계산도 잘한다. 이미 후식의 커피와 케이크가 주식을 넘는 칼로리를 내포한다.
든든하게 칼국수 한 그릇 먹은 양의 반에 반도 차지 않는, 달달한 케이크와 커피의 칼로리는 충분히 주식을 능가한다.
임신하면 아이를 위해 잘 먹고, 출산하면 산후조리를 위해 잘 먹어야 하는가?
아니다. 양으로 잘 먹어야 하지 않고 질적으로 잘 먹어야 한다.
양은 넘치지 않게 질적으로 좋은 재료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 임신해서 살이 찌고, 아이를 낳고 몸무게가 늘었어요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말이 아니다.
아이를 낳기 위한 자연의 신비스러운 과정으로 적당히 몸이 부풀어 둥글둥글 해지고, 아이 낳고 부기가 빠지는 과정의 부종은 당연하다.
이건 살이 찐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나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원 없이 양으로 충족시키며 위를 한없이 늘려놓은 임신과 출산의 입맛 당김 결과는 혹독하다.
이후 폐경까지 이어지는 비만의 고통의 시작이 여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고객으로부터 듣는다.
아이 낳고 살쪘어요. 맞는 말이지만, 이젠 인정받는 말이 아니다. 임산부도 건강한 칼로리 계산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얼굴이 화끈거려요.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요. 2년 만에 5킬로가 불었어요. 너무 더워서 겨울에도 부채질을 해요. 잠을 잘 못 자고 숙면을 못 취해요. 50대 이상의 고객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허리살이 많이 불었다고..
논문에도 나와 있는 이야기다. 중년의 폐경을 전후한 여성은 급격한 허리사이즈가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이는 호르몬의 변화로 중앙집중형 복부 위주로 지방의 재배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많이 먹어서 살찌는 것과 다른 이전의 없던 독특한 경험을 갱년기라는 이름으로 중년 여성은 겪게 된다.
여성호르몬의 급감으로 부지런히 의사가 권하는 호르몬 약도 먹어보고, 석류부터 시작해 잃어버린 호르몬을 찾아야 하는 부산함도 절로 떨게 된다.
이렇게 여자의 일생에 있어서 큰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시기에, 본인도 모르게 조금씩 살은 찌고 그 하이라이트는 폐경을 맞으며 극대화된다.
스트레스와 자존감 상실을 동반한 비만으로 인한 건강의 문제와 바디라인의 걱정을 하게 된다.
인생에서 이 세 번의 극대화된 호르몬의 변화는 필수로 겪게 되는데 가장 정신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폐경시기이다.
폐경~ 너 안에 비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