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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다독다독, 괜찮다, 괜찮다

by 사적인 유디


“나는 너무 나약해”

샤브샤브를 먹던 중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남자친구는 의아해하며 답했다.

“이렇게 매운 걸 잘 먹는데 왜 약하다고 하지?”

“이렇게 (매운 걸) 잘 참는데 왜 다른 건 못 참는다고 하지?”


왜냐하면 얼큰한 맛의 샤브샤브는 나에게 매운 것이 아니니까.


남자친구는 왜 내가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일자리도 안 구해지고, 운동도 안 하고, 영어 공부도 안 해. 일자리가 안 구해지는 건 내 의지가 아니지만, 운동과 영어 공부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잖아. 그런데도 나는 이것 조차 안 해. 그래놓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아해.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게으름 부리고, 안 한 것에 대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내가 너무 나약해”


이 말을 들은 남자친구는 덤덤히 답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니 스트레스받지 마. 일 안 구해도 내가 먹여 살릴 수 있으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예전부터 항상 말했잖아. 안 해도 된다고. 그냥 있어도 괜찮아"


우리가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남자친구가 한결같이 해온 말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무언가를 애써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참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 말은 '무엇을 하든 과하게 스트레스 받지는 말자'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전히 나약한 멘탈에 의지력도 없는 나 자신이지만, 나를 온전히 믿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가만히 무기력하게 있기보다는 움직일 힘이 생겼다.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보다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에 먼저 집중하고 준비해 나가다 보면 다른 좋은 일들도 같이 따라오지 않을까.


체력이 없으니 더 무기력해지고, 쉽게 지친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요즘.


나가서 걷든 뛰든 일단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

운동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며 나 스스로 떳떳하게.

핑계 없이 살아갈 수 있게.

스트레스 받아하면서 똑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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