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마주한 행복의 기쁨
ISFJ 성격으로 항상 친구와 여행을 갈 때에는 이동시간, 밥 먹는 시간, 대중교통 배차시간까지 다 고려해서 전체 스케줄을 계획하는 편이다. 이왕 돈 내고 놀러 온 것이니 뭐 하나 놓치기 싫고, 남들 하는 것과 유명한 것은 다 해보고, 다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폭풍 검색과 계획을 미리 짜두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주위 P친구들은 나와 여행하는 것을 편해했다. 알아서 다 검색하고, 의견 조율하고, 깔끔하게 스케줄표로 정리까지 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있을 때에는 이상하게 계획적으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냥 둘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그런 것일까?
굳이 머리를 싸매고 계획을 짜지 않아도,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다 괜찮았다.
얼마 전에는 남자친구와 전라북도 남원에 다녀왔다.
남원이라는 곳은 아주 생소했고, 크게 볼거리나 먹거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는 단지 '지리산 노고단'이 목표였을 뿐이었고, 이 한 곳 만을 바라보며 갔을 뿐이었다.
숙소 근처에 춘향테마파크가 있어서 조용히 산책을 즐겼고, 한상 가득 차려진 저녁을 배불리 먹었고, 한가롭게 TV를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지리산으로 떠나기 전에 밥집을 찾다가 우연히 광한루원을 알게 되었다. 우리 숙소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고, 광한루원 옆길에는 토요일 저녁에 야시장도 열었었다.
야시장 거리를 가보니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대도 괜찮았는데, 우리는 이곳을 미리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아쉽게도 놓쳤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광한루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부모님 나잇대의 단체 관광객이 많았지만, 크게 북적이는 느낌은 아니었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푸릇푸릇하고 깔끔하게 잘 정돈된 곳이었는데, 이 공간을 여유롭고 평화롭게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 편으로는 미리 이곳을 알았더라면 전날에 와서 야시장과 함께 야경을 같이 즐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미리 이곳을 계획하고 왔더라면 이만큼의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을 짜고 왔더라면, 아쉬운 부분 없이 다 경험할 수 있었겠지만, 반면에 모든 것이 다 미션처럼 느껴지고 시간에 쫓기며 여유보다 퀘스트 하는 데에 시간을 쏟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은 우연히 예쁜 공간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공간 자체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고, 행복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무계획도 계획이다'라는 믿음으로 여유롭게 움직여 보는 것도 꽤 좋은 선택이다. 어떤 예상치 못한 기쁨을 또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