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프지만요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내면 깊숙하게 박혀있는 가시들을 걷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무 단단히 박힌 나머지 쉽게 빼내지 지도 않고, 조금씩 빼내질 때마다 큰 고통이 동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가 하나씩 걷어질 때마다 후련함을 느낀다.
항상 외면했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고, 아프지만 고통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가시가 완전히 걷어졌을 때의 모습을 기대한다. 비록, 구멍이 숭숭 뚫려 못난 가시 자국이 발견될지라도 텅 빈 부분은 좋은 것으로 채워 넣어 찬 바람에 몸살 나지 않도록 하려 한다.
얼마 전, 일기장을 열어 보게 되었다. 아래 글은 2023년 4월에 적은 일기이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 것.
혼자 버틸 것. 혼자 견뎌낼 것.
혼자서 잘할 것. 혼자서 감수할 것.
기댈 생각하지 말 것. 약해지지 말 것.
약한 것을 티 내지 말 것.
밑바닥을 보이지 말 것.
약점을 만들지 말 것.
약점을 드러내지 말 것.
혼자 살아갈 것.
흔들리지 말 것.
버틸 것. 조용히 울 것.
참을 것. 힘든 모습 보이지 말 것.
침착할 것. 최악은 나만 볼 것.
약하지만, 티 내지 말 것.
무너지지 말 것. 숨참지 말 것.
절대 지치지 마. 고통 속에서도.
울음을 참지 말되, 누군가에게 보이지 말 것.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할 것.
기대지도, 기대하지도 말 것.
이 날의 감정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날의 나에게 위로를 한다면, 너무 혼자서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여주고 싶다. 혼자 다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힘들면 힘든 티를 내도 된다고.
내 마음의 가시는 어쩌면 내가 더 깊숙하게 찔러 넣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가시를 밀어 넣고 싶을 때도 있지만, 가시를 걷어내는 과정을 이어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