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는 과정에서 오는 설렘
매년 출근길에 피어나는 벚꽃을 보며 ‘드디어 완연한 봄이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일을 쉬고 있고,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고 있어서 그런지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잘 살피지 못했다.
오랜만에 집 밖을 나서니 이미 해가 잘드는 곳은 벚꽃이 활짝 피어나 있었다. 반갑기도 잠시,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서운함이라고 해야되나?
언제 이렇게 피었지? 라는 생각이 들며 금방 꽃잎이 떨어질 것 같아 벌써 아쉬웠다.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계속 지켜봤더라면 이 기분좋은 설렘이 더 길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 가지 깨달은 점은 ‘피어난 꽃에 설렘을 느끼는 것이 아닌, 피어나고 있는 꽃에 설렘을 느끼는 것’이었다.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며 만개하기 까지의 설렘이 얼마나 나에게 큰 감동을 줬는지 깨달았다. 예전에는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기대감과 설렘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 모습을 놓치고 나니 ’내 가 느낀 설렘은 꽃이 피어나는 과정에서 왔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어제까지 앙상했던 가지에 서서히 생명이 돋아나는 과정은 눈에 보일듯 말들 섬세해서 더 마음을 끌어 당겼다. 나무는 빠르게 꽃잎을 펼치기 위해 서두르지도 않고, 조급해 하지도 않는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피어날 것을 알기에, 나무는 자신만의 속도로 조용히 봄을 맞이한다.
항상 빠르게 결과를 내야만 하는 이 사회 속에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우리도 벚꽃이 피어나듯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보다 그 과정이 더 오래 기억속에 남듯이, 때로는 망설이고 주저 앉던 그 모습 조차도 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이 되고, 과정으로부터 얻는 성장, 깨달음이 눈 앞의 결과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무언가가 우리에게 피어난다.
왜 내 꽃은 아직 안 피어날까? 다른 꽃보다 늦게 피어나는데? 라는 초조함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 저마다 때가 있고, 꼭 피어난다는 믿음이 있으니.
지금의 내가 아직 꽃망울이라면 그 또한 충분히 아름다운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