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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고 신점이나 사주 보러 다니지 마세요.

내가 더 이상 신점이나 사주를 안 보는 이유

by 손나다 Jan 06. 2025


나 또한 과거에 새해마다 신점이나 사주,

새해 운세를 보러 다니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좋은 소릴 들은 적이 없다.



일복이 많다

서민 운세다

결혼을 아주 늦게 한다.. 38세쯤?

만약 일찍 결혼하면 이혼 수가 있다

40대에 암에 걸린다

말년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등등



내 사주가 구린 건지

그 해 운세가 거지 같았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계속 이런 악담을

듣고 있노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내 돈 내고

이딴 악담을 듣고 있어야 하지?'



이 분은 돈 낸 고객의 비위를 맞출 줄 몰랐다.

입바른 위로나 희망적인 미래를 축복해 주는

서비스 정신이 전혀 없었다.



나는 연이은 악담 퍼레이드로

새해부터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분은 심지어 나의 진로도 정해주었다.

사주에 뭐가 있으니 철학과나 사주를 배워서

풀어줘야 한다나..



들을 땐 혹해서 고개를 끄덕였으나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지?'



38살에 늦게 결혼할 거라던 예상과는 다르게

나는 30살에 일찌감치 결혼했다.



일찍 결혼하면 이혼 수가 있다더니

지금 결혼 10년 차다.



남자복 없을 거라더니

다정하고 가정적이고 나만 바라봐 주는

남편하고 아이 둘 키우며 잘만 살고 있다.



암에 걸릴지 안 걸릴지는

좀 더 살아봐야 알겠지만

일단 암보험은 들어 놨다.

(예방해서 나쁠 건 없으니)



아무리 '좋은 말만 받아들이자'라고

마음먹었어도

점쟁이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말이 내 무의식에 각인돼서

뿌리 깊게 박혀서 날 조종한다.



그 생각에 몰두하게 되고

생각대로 현실이 된다.

모든 점쟁이가 용한 이유다.



불확실한 미래가 답답해서

어떤 길을 가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누군가가 속 시원하게 알려줬으면

하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 자신이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인생을 책임질 사람은

나뿐이다.



나는 평생 사람 복이 없어서인지

귀인이란 존재를 잘 믿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귀인이 날 구제해 줄 거란 믿음 따위도

당연히 갖고 있지 않다.



날 구제해 줄 사람은

나뿐이다.



대책 없는 내 인생을 수습해 줄 사람 또한

나뿐이다.



타인은 그저 남의 인생에

호기심 어린 시선과 무책임한 말 몇 마디 내뱉고

잊어버리면 그뿐이지만

그 말들에 휘둘려 내 인생이 휘청거린다면

그건 명백히 나의 실수다.



그러므로 나는 그 점쟁이의

다수의 악담들을 돈 주고 들은 이후로

신점이나 사주를 안 보게 됐다.

(3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나를 정신 차리게 해 준 그분이

오히려 귀인처럼 느껴진다.



성인이 됐으면

안 풀린다고 징징대지 말고

아무런 행동 없이 걱정만 하지 말고

뭐라도 좀 해보자.



열심히 해도 잘 안 풀린다면

아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

나라를 팔아먹었나

더럽게 안 풀리네

이번 생은 속죄하며 살아야겠네

하자.



사주나 본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리고

살면 살수록 느낀 건데

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자의식 과잉이

오히려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게 만든다는 거다.



우린 특별하지 않다.

각자 꽤나 심각하게 살고 있지만

그냥 우연히 태어났을 뿐이다.



그러므로

가볍게 되는대로 이것저것 해보자.



위 문장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새해라고 괜히 들떠서

점쟁이한테 돈 바쳐가며

악담 듣고 우울해하고 찜찜해 말고

그 돈으로 차라리 고기 사 먹고

배나 실컷 채우자.



새해 버프 맞지 말고

2024년의 12월 31일과

2025년의 1월 1일이

별다를 바 없는 무수히 똑같은 날들을

그저 편의상 조각조각 나눠놓았을 뿐이니까

어제처럼 뚜벅뚜벅 살자

오늘도.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고 싶다.



입으로 벌어먹고 사는 분들은

항상 자나 깨나 입 조심하세요.



당신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순진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우울해서 찾아간 사람들에게

입 함부로 놀려서

더 나락으로 빠지게 만들지 마세요.



같은 인간의 위치에서

남의 운명을 논할 때는

특히 입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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