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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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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Oct 21. 2024
ep.13 정치
남(南)의 아들
입도한 지 8개월, 첫 휴가를 받았고, 부모님께 인사드렸다.
“아들 왔구나, 먹고 싶은 거 없어?” 어머니께서 따뜻하게 물어봤다.
“저 냄비에 끓인 라면이 먹고 싶어요! 한 그릇 부탁드려요.” 군대에서 매번 컵라면만 먹었더니, 냄비라면이 먹고 싶었다.
“아들 요즘 뉴스 보니까. 아직도 괴롭히는 사람 많던데, 괜찮아?” 아버지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여쭤봤다.
“그럼 당연하지. 내가 누구 아들인데 괴롭힘 당하겠어? 요즘 군대 좋아.”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 당당히 말했다.
어머니가 끓여주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먹으며 여자친구에게 연락했다.
'저녁에 사께 한잔 할까?'
'오늘은 시원한 맥주 어때?' 여자친구가 답했다.
우린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치킨집에 들어갔다.
“작년 이맘때 가을바다 보러 갔는데, 아직 따뜻한 바다는 가보지 못했네.” 여자친구가 말했다.
“그러게 우리 내년에는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표정이 안 좋네 무슨 일 있어?” 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7개월 만에 얼굴 보는데, 많이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
“무슨 소리야. 나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 휴가 나오기 전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지만, 너 하나 보고 버틸 수 있었어. 고마워.” 내가 진심으로 말했다.
“요즘 뉴스 보니까 중국조업선들이 NLL 근처로 많이 넘어오기도 하고. 북한 때문에 긴장감도 올라간 것 같던데, 괜찮지?” 여자 친구가 걱정이 되어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대한민국엔 강한 군인들이 많아. 우리가 지키고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
“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걱정된다고 바보야.” 여자 친구는 마음이 여려 눈물이 고였다.
“걱정 마.” 내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재 백령도 인근에는 하루에도 수백 척의 중국 조업선이 넘어와, NLL 근처에서 수류탄을 던지며 경고를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 정황이 파악되어 우리나라와 북한은 언론을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치킨집의 TV에 뉴스 속보가 나왔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스 속보입니다. 현재 북한의 5차 핵실험 정황이 파악되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대한대학교 김상중 교수님을 모시고...... 빠르면 1주일 늦으면 열흘 안에 실험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이때 중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필승! 하사 전영화입니다. 휴가 중 특이사항 없습니다.”
“전영화 하사 지금 북한과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으니까 출타 중 특이사항 없이 복귀하도록 해. 그리고 내일부터 해병대에서 큰 훈련 중 하나인 쌍룡훈련이 시작될 거야.” 중대장님의 출타교육 내용이다.
“야 영화야 우리 유서 쓰고 있다.” 박성준 반장님에게도 전화가 왔다.
“유서를 왜 씁니까?”
“큰 훈련 할 때마다 한두 명씩 죽잖아. 지금 그 훈련도 북한애들 보여주려고 하는 건데 상황이 심각하니까 유서까지 쓴다. 너 개껀지네 올 때 맛있는 거 사와라.”
내가 표정이 굳었다.
“영화야 무슨 일 있어?” 여자친구가 물었다.
“아니. 선배가 맛있는 거 사 오라네. 중요한 거 아니야. 짠할까?” 내가 괜찮은 척했지만 여자친구는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다음 휴가는 언제나와?”
“음..... 빠르면 올해 말에 한번 더 나올 것 같은데?”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 뉴스를 찾아봤다.
“아 씨... 이거 뭐지 이러다 휴가 복귀하라는 거 아니야?” 내가 집에서 중얼거렸다.
남은 휴가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긴장감을 안은채 부대로 복귀했다.
복귀하니 새로 온 중사가 와있었고 내가 믿고 따르던 1 소대장이 바뀌어 있었다.
“필승!” 내가 경례를 했다.
“너냐? 내가 새로운 1 소대장이다. 표정 뭐냐?” 1 소대장의 이름은 김일관이고 계급은 상사다.
김일관 상사는 해안부대에 있다가 사고를 쳐서 우리 중대로 팔려왔고, 짬이 안되던 전 1 소대장은 다른 중대로 밀려났다. 그리고 김포에서 사고 쳐서 팔려온 중사도 한 명 있었다. 이름은 박일환이고 직책은 k-4 반장이다.
“박일환 반장님 전영화 하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먼저 인사를 드렸다.
“야 이 개XX야. 내가 계급이 중사인데 호칭이 반장이냐?”
“죄송합니다. 부소대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왜 팔려왔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박일환중사는 선배들에게 아부를 잘 떨어 친밀한 관계를 쌓았고 후배들을 부려먹으며 자신이 한 일처럼 성과를 남겼다.
“야 일환아. 요즘 영화가 퇴근하면 전화도 잘 안 받고 대답도 잘 안 한다.” 김일관 1 소대장이 말했다.
“야 박일호 개XX야 따라와.”
박일환 중사는 하사킹을 불러다가 뺨을 때려댔다.
그리고 열이 받은 박일호 하사가 하사들을 집합시켰다.
“야 이 개XX들아. 제껴.”
때려도 멍이 잘 안 들고 고통도 커서, 목을 옆으로 제끼면 주먹으로 쳤다.
“전영화 이 개XX야 넌 1 소대장이 바뀌었으면 지금 있는 분에게 충성을 다해야지....... 시 X롬이.” 박일호 하사의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저.. 박일호 반장님... 그게 아니라 1소대장님께서 퇴근하면 새벽 2시까지 술자리 강요하시고 구타나 가혹행위들을 일삼습니다.”
“시X롬아 선배가 철모에 똥을 싸도 작전이야. 건방진 새X가.” 그렇게 1시간 동안 욕설을 듣다가 간부 사무실로 내려왔다.
“영화야 내가 왜 저 노인네들 비위 맞춰주는 줄 알아?” 박일환 중사가 물었다.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군대에서는 정치 잘하는 새X가 와따야.” 박일환 중사가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난 군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다 똑같은 사람 아닌가....” 내가 멘탈이 나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야 뭐라 했냐?” 박일환 중사가 물었다.
“우리 다 똑같은 사람 아닙니까? 왜 맞아야 하고 왜 가혹행위 당해야 합니까!” 내가 소리쳤다.
“미X놈이 귀여워서 봐줬더니, 돌았구나.” 수없이 많은 욕설을 들었더니 머리가 새해얘지면 비틀거렸다.
“머저리 같은 새X, 넌 이제 과업도 참가하지 말고 소대원도 만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 앞으로 출근하면 간부사무실에 앉아서 가만히 있다가 퇴근만 해” 1 소대장이 말했다.
간부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고생한 선배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아무도 나에게 말 걸지 않았다.
1주일 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고, 북한이 NLL 선에 포사격을 시작하며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keyword
해병대
휴가
군대
Brunch Book
남녘의 아들
12
ep.11 아쎄이 백령도 입도하다
13
ep.12 악기 발휘
14
ep.13 정치
15
ep.14 별 헤는 밤, 용서했다
16
ep.15 상황종료
남녘의 아들
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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