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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Oct 21. 2024

ep.14 별 헤는 밤, 용서했다

남(南)의 아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시작되자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우리는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소대별로 거점을 점령하고, 박격포를 배치하여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모두 소대장의 지시에 따라 유동적으로 작전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중대장에게 보고하세요.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문제는 1 소대장이 박격포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무능력함을 숨기려는 김일환 상사는 나에게 의지하며 불안해했다.

“야, 그렇게 하는 거 맞아? 똑바로 하라고!” 1 소대장은 정확한 지시를 내리지 못했다.

나는 최우수 포반장으로 선발되고, 많은 사격 훈련 덕분에 최연소 박격포 교관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내 노력을 1 소대장의 체면을 위해 소모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북한의 포탄이 NLL 근처에 떨어지면서 우리 군도 대응 사격을 실시했고, 바다에 떨어진 수많은 포탄이 백령도의 땅을 진동시켰다.

“전영화 반장님, 사령부에서 내려온 명령이 있습니다.” 통신병이 말했다.

“왜 나한테 보고 안 하고 전영화한테 보고하는 거야? 뭔데!” 1 소대장이 언성을 높였다.

“죄송합니다. 해병대사령관의 전쟁 준비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통신병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무기 창고에서 실탄과 수류탄을 꺼내어 A급 전투 대비 태세에 돌입했고,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었다.

그 말을 들은 1 소대장은 휴대폰을 꺼내 아내에게 연락했다.

“여보, 애들 데리고 인천으로 나가 있어.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

1 소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고, 수화기 너머 가족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아니, 남편을 두고 어떻게 먼저 가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저도 지금 뉴스 보고 있어요.”

1 소대장 또한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들이며, 아버지였다. 현재 뉴스에서는 우리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고, 국방부 장관이 북한과 협상을 위해 JSA 경비 구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1 소대장님, 현재 우리 소대는 북쪽과 동쪽을 지원하고 있고.........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추가로 지시할 것 있으십니까?”

나는 소대원들을 위해 그를 존중하고, 내 직속상관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전영화 반장님,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병장 지호가 찾아왔다.

“응, 말해.”

“죄송하지만, 부모님께 저희 잘 있다고 문자 남겨주실 수 있으십니까?”

“걱정하지 마. 부모님들께 이미 연락해 놨으니까.”

내가 지호의 어깨에 손을 얹고 꽉 쥐었다. 그리고 반대손으로 쥐고 있는 핸드폰엔 진동이 멈추지 않았다.

“간부님이시죠? 우리 아들 잘 있는 거 맞죠? 잘 좀 부탁드립니다. 아들이 제 전부예요.” 한 소대원의 부모님께서 말씀하셨고, 나는 그저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해줄 수 있었다.

밤이 찾아오고, 셀 수 없는 별빛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그때, 별똥별 하나가 떨어졌다.

“낮에는 포탄이 떨어지고 밤에는 별똥별이 떨어지네... 별 헤는 밤이야.” 내가 중얼거렸다.

“전영화 반장님, 무슨 생각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상병 준수가 물었다.

“생각은 무슨... 그냥 멍 때리는 거지.”

“반장님은 부모님께 연락하셨습니까?”

“..... 했지.”

나는 부모님께 연락드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인지라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 몰랐고, 여기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어른인 척해야 하는 어린 22세였다.

“1 소대장님, 근무 시간입니다.”

“당직이다 생각하고 네가 불침번 서. 근무자들 잘 세우고... 무슨 일 있으면 깨워라.”

'하... 이 새X...' 속으로 생각했다.

“너, 무슨 생각하냐?”




백해가


저 멀리 서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파도 밀려오겠지

황량한 가슴으로 저 파도 맞으며

백령도야 간 밤에 잘 잤느냐


피와 땀이 서려있는 이 땅과 바다에

밤하늘의 별빛은 아버지의 눈물

동기야 이 몸 바쳐 통일이 된다면

사나이 이 한목숨 무엇이 두려우랴


내게도 오겠지 이 땅을 떠날 날

팔각모에 쎄무워커 단정히 신고

가슴에는 빨간 명찰 이 땅에 새기며

나는야 흑령해병 하사 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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