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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Oct 23. 2024

ep.18 엄마는 울지 않는 단다

남(南)의 아들



북한은 우리 군의 시선이 귀순자로 쏠리자, 그 틈을 타서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속보입니다. 북한군 1명이 귀순했고, 북한의 도발로 우리 군 3명이 전사, 49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우리 군은 즉각 대응해 북한군 1개 중대를 괴멸시켰으며, 사상자는 150여 명에 달합니다.”


뉴스는 우리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 병실에 누워 생각했다.


“삐ㅡㅡ삐ㅡㅡ삐ㅡㅡ삐”


'근데, 이 소리는 뭐지?'


“선생님, 빨리요! 응급상황입니다! 전영화 환자가...!” 간호사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나...? 근데 왜 이렇게 캄캄하지...'


어둠 속에서 북두칠성이 보였고, 나는 희미한 별빛을 쫓아 달렸다.


'헉... 헉...'


“헉... 헉... 윤 간호사! 흉부 압박 한번 더! 바로 전기충격 준비합시다.”


'150줄 챠지, 모두 물러서! 쇼크!'


'무슨 소리야?'


희미한 목소리만 들려왔고, 나는 계속 달렸다. 그리고 하얀빛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 엄마?”


손틈 사이로 사람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아이고... 영화야... 예쁜 내 새끼야, 눈 좀 떠봐... 부모보다 먼저 가는 자식이 어디 있니...


'엄마, 나 여기 있어! 나 여기 있다고!!!' 나는 절박하게 소리쳤다.


그렇게 한참을 소리치다 팔다리가 잘려 나간 내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의료진들은 다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죽음을 인지하자 천천히 사라져 갔다.


'엄마... 아빠.... 나 정말 두려웠어... 하지만 끝까지 싸웠어. 정말 열심히 싸웠어. 그런데, 있잖아... 나 아직 나이도 어리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 정말 살고 싶어요...! 저 너무 무서워요...'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쌓여 한 달이 되며, 그렇게 수년이 지나자 우리들은 잊혀졌다.


그렇게 9년이 흘렀고, 가을바다가 차가워질 즈음 김정은이 사망했다.


그런데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그의 사망을 추모하고자 서울 한복판에서 시위를 벌였다.


“저 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는데, 어찌 저럴 수가...내 아들이 죽었을 땐 아무도 관심 없더니!


우리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펜을 들어 편지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훗날, 어머니의 마음은 노랫가사가 된다.



엄마는 울지 않는 단다


엄마는 울지 않는 단다 나라를 위해서

두려움 없이 달려갔던 너였기에


엄마는 울지 않는 단다 나라를 위해서

 이 세상을 떠났기에


그런데, 오늘은 눈물이 난다

너의 희생이 헛된 것만 같아서


나라를 지킨 너의 죽음 외면하더니

너를 죽인 원수에겐 애도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더라 눈물이 앞을 가려

앞을 볼 수가 없더라


포격소리에도 무섭지만 두렵지만

우리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망설임 없이 달려가던 네가 너무 자랑스럽구나


아들 잃은 슬픔보다 가슴 아린 건

잊지 못할 상처 준 원수의 죽음에게는 관심

잊지 말아야 할 고귀한 희생에겐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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