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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Jan 03. 2025

Being

현존

오늘은 4년 전에 심정지가 왔던 날이다


생사의 기로에서 한번 더 생이 주어져서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만에 의식이 돌아오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눈을 깜빡이는 것만 가능했던 시간에

다시 걸을 수 있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모든 것을 초월해서

도인처럼 감사만 하고 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다시 걷고 말하고 운전을 하면서도

나는 고락의 윤회를 반복해 왔다

윤회는 생사를 반복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고락을 반복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원래의 습관대로

집착과 실망을 반복하고

즐거움과 괴로움을 반복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절망했다

어리석음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이제는 

고락의 윤회를 반복하는 고단함을 멈추고 싶다


하여

내가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노력해도

도저히 긍정으로 극복할 수 없는 연의 고리는

다 놓아버렸다

그리고

그 무엇에도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행과 불행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성취와 상실

삶과 죽음 등


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그 모든 경험과 감정에

빙긋이 웃어줄 수 있는 평온한 존재가 될 때까지

나를 관찰하고 성찰하고자 한다

하여 궁극에는

현존에 집중하는 순수의식에서

지극한 평온을 느끼는 여여한 존재이길 소망한다


이번 생에

어디까지 비우고

어디까지 내려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다시 넘어졌다는 것에 실망하지 않고

거듭거듭 털고 다시 일어서서

묵묵하게 수행하고 정진하도록

스스로를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오로지

성장이 궁극의 목표인 사람이 되어야만

고락의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본다면

나의 모든 인간적인 성장은

상실의 경험에서 왔으므로

상실이 영원히 지속되는

실패나 불행이 아니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성취가 영원히 지속가능한 행복이 아니어서

집착할 이유가 없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상실에 과도하게 절망하거나

성취에 과도하게 기뻐하지 않고

그 무엇에도

과도하게 집착할 필요가 없음을 알아

인생의 모든 과정을

성장을 이루어내기 위한 경험으로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느리지만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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