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엄마가 늦게 퇴근한 날이 있었다
오자마자 약간 지친 얼굴로
그 날 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가 퇴근하는 길에
어떤 남자 셋이서 차 밑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꺼낼려고 하길래
설마 고양이를 괴롭히나 하고
가만히 지켜보았다고 한다
근데 어떤 새끼강아지 한마리가
꼬리를 말고 오줌을 질질 흘리며
차 밑에서 조심히 기어나와
엄마 옆에 덜덜 떨며 꼬옥 붙었다고 했다
그걸 보고 엄마는 ‘얘 지금 학대당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그 사람들을 향해 한마디 할려던 찰나
그 남자들이 먼저 줄행랑 친 사건이 있었다
그 후로 강아지를 어찌 할 바를 몰라
일단 구청에 전화했고
구청에서 데리러 오기 전까지
강아지를 엄마 가게 앞으로
데리고 갔다고 한다
데리고 갈 땐 직접 안고 데리고 간게 아니라
이리와~ 했는데 알아서 졸졸 쫒아 엄마 가게까지
꽤 되는 거리를 따라간 영리한 새끼 강아지..
그 강아지는 결국 구청에서 데리고 갔고
그 후 우리는 포인핸드 어플로 계속 그 강아지의
현 상황을 확인하면서 입양해줄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다녔다
그러나 선뜻 입양하겠다는 사람은 없었고
우리 집에도 이미 고양이가 5마리라
쉽게 데려올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제, 삶이 바빠 잠깐 잊혀졌던
그 강아지가 떠올랐다
포인핸드 어플에서 오랜만에 찾아보니
아직 다행히 잘 지내고 있었고
어떤 분께서 너무 착하고 애교많고 예쁜 아이니
입양해달라는 입양공고 같은걸 올린걸 확인 하고
엄마한테도 공유를 했다
잠깐 또 우리가 데리고 오면 어떨까 고민했지만
고양이와 강아지 합사 문제부터.. 이 강아지의 일생을
정말 산책 한번 안빼고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까 하는
책임감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었다
그러던 오늘….
오후에 갑자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그 강아지 안락사 당했다..”
울먹이며 전화를 한 엄마의 말을 듣고
난 다급히 포인핸드를 열어 확인했더니
분명 어제까진 없던 국화꽃 그림과 안락사라는 글자가 눈에 띄였다
그걸 보고 난 이름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 강아지 때문에 펑펑 울었다
어제 입양공고에서 본 그 강아지의 사진에서
그 강아지는 봉사자 분들과 산책 중인듯 했고
환하게 웃고 있고 행복해보였다
그 사진이 계속 머릿속에 떠돌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산책하며 맡았을 풀내음이나
강아지가 밟았을 흙
자신을 예뻐해주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새에 얼마나 산책을 해봤을지는 모르지만
강아지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풀냄새를 맡아보고
맛있는 간식이 많다는것도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해줄것도 아니면서 무책임하지만..
마음이 그랬었다
며칠만 더 살았다면
입양자가 나타났을까..
우리가 무리해서라도 그 아이를 데려왔을까..
하며 이미 떠난 강아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고려해보기도 했었다..
부디 하늘에서는 마음껏 뛰어다니며
행복한 삶을 살면 좋겠다..
아니면 다음 생에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