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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내미 이 복 희 Jul 29. 2024

홍매화 열반

홍매화 열반


이복희



절정인 홍매화 보시라고

화엄사 각황전 꽃살문 열어뒀다


절간에 깃든 요염한 자태

도반들은 사문에 들기 전

색주가 배꼽 예쁜 여자를 몰래 떠올렸다


붉게 물들인 경내에서

열반의 소망은 붙었다 꺼지는 심지

그을음만 남을 줄 알면서

터진 꽃망울 걷어차고 간 흰 구름에게

염화미소가 부처의 답이다


무언가 탁, 터지는 소리

몸속에 피던 꿈들도

심지의 눈빛에 걸릴 때

눈물이 촛농처럼 왈칵 쏟아지겠지


숨 몰아쉬며 홍매를 바라보던 부처가

연화 좌대에 얹어둔 무릎 아래쪽을

슬쩍 꼬집는 순간,

만개한 홍매화

예불 올리는 자태가

물고기 떼 주렁주렁 매달린 열반의 세계다



-『오래된 거미집』, (모악, 2022)​


​https://m.blog.naver.com/leehee0320/223527925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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