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미 Jul 26. 2023

돌고 돌아 제 자리, 나의 자리로...

본업으로 돌아가다.

  

 7월 중순,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한숨 쉬어가는 사이, 그 틈을 비집고 모처럼 태양이 고개를 내밀었다. 오래 벼뤘다는 듯, 태양은 그동안 안으로만 품고 있던 에너지를 작정하고 발산할 기세로 강렬한 햇살을  연신 뿜어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 시각, 우린 수차례의 방문에도 영 정이 들지 않는 낯선 도시, 서울의 뜨거운 환영 인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제법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 있었다.


 우리 부부가 백수로 생활한 지 어느덧 1년, 하루하루가 노는 날이다 보니 특별히 여름휴가를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이번 상경을 휴가인양 즐기고 오자고 작정한 터였다.

  마침 경기도에서 인턴면접이 있는 애의 스케줄과도 맞아떨어져 계획에 없던 동행으로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내친김에 각자의 일정이 끝나는 날, 서울에 있는 작은 애와도 합류하기로 함으로써 예기치 않은 선물 같은 가족 간의 시간 또한 가질 수 있었다.


 2박 3일의 교육 일정을 위해 상경하면서 우린 기나긴 삶의 여정 하나를 끝내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다른 관문을 통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놓고 1년 넘게 쉬면서, 처음 6개월은 바람 빠진 풍선같이 널브러각자에게 새로운 기운과 에너지를 불어넣는데 온 힘을 집중했다.

 일하느라 미처 가보지 못한 곳들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끊고 지내다시피 한 책 읽기와 글쓰기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것도 좀 들해질 즈음, 전혀 다른 삶을 꿈꾸며 색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걸로 나머지 기간을 채워나갔다.


 100세 시대니 신중년이니, 세상은 점점 노화되어 가는 현실에 대응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아직 그 인프라를 갖추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물며 지방의 열악함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제 중년에 들어선 우리 또한 준비가 미흡한 건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분야에, 더욱이 이 나이에 취업한다는 것이 힘들뿐더러, 굳이 모든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남밑에 있기엔 기존의 사고가 너무 굳어버렸는 지도 모른. 그저 취미나 부업 정도, 그도 저도 아니면 개인이 모든 위험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창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한 달여 기간 동안의 고민 끝에 난 그만 이쯤에서 외유를 멈추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기로 했다.

 더 이상 젊음도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새로운 분야에서 내가 설 자리가 없음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그나마 성공의 흔적이라도 간직하고 있던 옛 업으로 회귀하기로 마음먹고 이번 서울행을 결정했다.


 그래도 쉰 기간이 길어 새로운 트렌드와 방향등을 설정하는데 전문 분야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에 학원 프랜차이즈를 가맹했고,  2박 3일의 기간 동안 서울에서 타이트한 본사 교육을 받게 되었다.


 돌고 돌아 제자리...

하지만 여러 상황들이 더 이상 그때와 같지 않으리란 걸 안다. 내가 학원업을 놓은 4~5년 동안 세상과 함께 교육도, 환경도, 트렌드도 많이 변했다. 과거의 성공이 결코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나는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판을 벌여보기로 했다.

 한 가지 믿는 구석이라곤 오직 자신뿐...

 나만의 안식년을 보내고 다시 제 자리, 내 자리로 돌아온 나 또한 그때와 결코 같지 않으리라.

장점으로, 혹은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알면서도 난 나 자신을 믿고 남은 인생을 한 번 걸어보기로 했다. 결코 길지 않은 여정 끝에 내린 결론이지만 일단 결정한 이상, 끝까지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이전 22화 카페창업의 꿈을 접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