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하는 주말부부의 식사 전쟁
가사 분담은 부부에게 아주 중요한 과업이다.
가사 갈등이 자칫 칼로 물을 베어야 할 정도의 싸움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법!
현재 아이가 없는 주말부부이자, 맞벌이인 우리는 그저 폭풍전야인 상태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아내인 내가 이동하고, 남편은 붙박이라는 점인데,
내가 식사 담당이고, 남편이 청소 담당이다.
평일에는 서로 다른 지역에 근무하니,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 따위는 꿈도 못 꾸고 남편 당신도 알아서 해결한다.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있으면 석식을 준다나.
혹은 인근에 거주하는 양가 부모님이 종종 보내주시는 대용량 반찬으로 연명하거나.
그리고 나도 나대로 알아서 대충 해결하는 식이 일상 다반사다.
평일에 주로 발생하는 문제라곤,
양가 부모님이 주시는 반찬을 다 해치우지 못해 음식물 쓰레기행으로 가는 것 정도?
남편이 곧잘 먹거나 치워주면 다행인데,
본인도 주중 야근이 잦을 경우엔 주말까지 썩거나 쉰 반찬이 그대로 냉장고에 있기도 하다.
그러면 Let's 잔소리 time 가는거다.
참고로 본인의 MBTI는 ESTJ로 타고난 관리자형이며 잔소리꾼 유형으로 유명하다.
양가 부모님께는 심심한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
먹고 싶어도 못 먹으니, 부디 널리 이해하시길! 마음만 받을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한편,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소위 '주말'엔 본격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강원도에 근무하는 특성상, 내가 수도권 집까지 가는데 2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퇴근 후 이동하는데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기차 갈아타는 것도 일이고 혹은 자동차로 운전해서 오는 것도 수고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집에 도착하는 순간!
밥이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날 리 만무하지 않나.
그래서 높은 확률로 금요일엔 외식을 선택한다. 대부분 '늘 먹던걸로'
주 메뉴는 모듬 소곱창 혹은 해물파스타다.
다만, 곧잘 남편이 나보다 더 늦는 경우가 발생한다.
10번 중 한 4, 5번 정도의 확률로.
어떤 경우냐? 남편의 회사에서 갑자기 일 불똥이 떨어질 때!
기껏 역에서 같이 가려고 기다렸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남편이 늦을 걸 확신할 때의 나의 심정은 유행어로 설명해보련다.
고전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유행했던 궁예의 대사를 차용하자면
'누구인가? 누가 퇴근시간 직전에 업무를 던지었어?'가 될 것이고,
영화 '달콤한 인생'의 강사장 대사를 차용하자면
'넌 나에게 실망감을 줬어' 가 되겠다.
'드라마 태조왕건' 원래 대사: 누구인가?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
'영화 달콤한 인생' 원래 대사: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몇 번 반복하다보니, 대충 패턴이 보인다.
어느 역쯤 왔냐고 물었을 때 메신저 답이 재깍재깍 없으면 100%다.
그 땐, '집에 있을 테니 끝나면 연락주세요' 라고 통보하고 귀가한다.
금방 오지도 않을 인간을 내가 왜 역에서 하릴없이 기다려야 하는가!
나도 바쁜 사람이다. 비효율을 싫어하는 최강 ESTJ고.
집에서 간단히 씻고 짐 내려놓고 누워있으면,
때 돼서 남편 본인이 등판한다. 끝났노라고-
일찍 끝나면 다행인데, 문제는 예상보다 훨씬 늦을 때다.
하지만 끝내 나는 최선의 해결책을 발견했다.
그대가 엄청 늦거든, 당신 카드로 나는 맛있는 걸 혼자서라도 사먹는 것. 가격은 내 맘대로!
언제오냐는 물음은 더는 없으며 카드 결제 통첩이 남편 핸드폰에 전송되겠지.
자책해봤자 경기도 오산이다.
늦는 건 당신 의사와 상관 없겠지만, 당신의 사랑스러운(?) 아내가 굶고 있음이야!
그걸 남편된 자의 도리로 어찌 가만 두고 볼 수 있단 말인가!
본인께서도 허한 일이므로 묻고 더블로 가련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상 혼자서 많이 못 먹는다...
함께 밤을 보내고 난 주말 아침
더 자고 싶어도 나는 본의 아니게 일찍 일어나는데, 남편은 잘도 잔다.
깨울 필요가 없어, 나는 몰래 식사를 해결하고(?)
일어날 기미가 없는 남편을 위해 아침 겸 점심을 차릴 준비를 한다.
여기서 문제. 차릴 게 없다면?
손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외식 또는 배달이다.
외식도 정도껏이지, 매번 미안하긴 한데 솔직한 심정으로 차리기 귀찮은 것이 현실.
청소가 남편 몫이라 손쓸 일도 줄고- 외식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
2분기엔 잦은 출장으로 바빠서 못 차려준 것도 있긴 한데
6월 좀 지나면 손수 지어올린 밥을 드시게 해야겠다고 맘은 먹어본다.
맘만 먹겠다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의지는 추후 상황봐서 결정하련다.
맞벌이 주말부부의 함께하는 식사는 종종 예상치 못한 변수에 휘말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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