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이 더 가까운 주말부부, 장모님 한 끼 줍쇼
우린 부부는 맞벌이 주말부부다.
남편이 외지를 도는 게 아니라
아내인 내가 돌고 있다.
평일엔 강원도, 주말엔 수도권으로...
착하지만 부지런하진 않은, 다정다감 남편은
혼자 있으면 대충 끼니를 떼운다.
그러다보니 집에 오면 높은 확률로 밥이 없다.
해먹기 귀찮아서 외식 빈도가 높은 편.
시가에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연락도 크게 안 하고 크게 뭐라하진 않는다.
20여년 전부터 내 남편이 독립해서 혼자 살기 때문일까.
당신 자식 걱정을 잘 안 한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나 마인드일까?
기실, 높은 외식 비중에 남편도 불만 없는 편이나,
친정 엄마는 늘 걱정한다.
남편 밥은 먹이고 살아야되지 않겠냐며-
냉장고는 왜 안 사냐며, 큰 것좀 사라며
때로는 김치냉장고도 필요하지 않겠냐며
볼 때마다 딸을 다그친다.
"엄마 냉장고는.... 이사 가면 산다니까?
큰 거 안 살거야. 많이 먹지도 못하잖아!"
비뚫어진 으른 딸은 기어코 결심했다.
밥이 없는데 시간이 많을 땐, 쌔비지(Sabage)에 빙의하자고.
마침, 친정은 신혼집과 매우 가까우니.
엄마의 냉장고를 나에게 부탁해~
사위보고 장모님 냉장고 털어오라 할 수 없으니
결국 딸래미인 내가 간다.
다행히, 부모님은 집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은 모양.
90% 이상이 비어있는 우리집 냉장고와 대조적으로
엄마 냉장고엔 90% 이상이 꽉 들어차있다.
따라서 핸드 캐리어를 끌고 가야한다.
쌀, 과일, 반찬, 김치, 김
추가적으로 좋아보이는 무언가까지 옹골차게 넣으려면.
전국민 국민가방, OO트 가방도 필수다.
노란 것이, 의외로 짱짱하달까? 좀체 찢어지질 않는다.
엄마는 대체 왜 OO트 가방을 30개나 갖고 있는걸까?
이거 재사용하라고 파는건데.... 재산이 아니야 엄마...
때론, 엄마와 사전 협의 후에 남편과 함께 방문한다.
그 때마다 차린게 없다며 늘 고봉밥을 주신다.
사위의 동공지진...
뭘 또 이렇게 차렸냐는 딸
군말 없이 먹는 사위
와중에 배부르다며 반찬 투정하는 딸
더 먹으라며 우리를 살찌우려는 엄마.
못먹겠다고 그만 먹이라고 찡얼거리는 딸
투닥투닥,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은 대략 이러하다.
장모님 한끼줍쇼가 끝나면,
또 올게- 라고 말하고 한가득 챙겨간다.
그렇게 채워지는 우리집 냉장고.
시집간 딸을 늘 걱정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있어서 이번 한 주도 이렇게 버틴다.
엄마 나 또 쌔비지 하러 올게!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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