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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Mar 22. 2024

백수린 소설『눈부신 안부』

적당한 두께의 소설을 읽고 싶어서 선택했다.     


소설의 줄거리는 1970년대 서독 간호사 파견에 관한 이야기다. 언니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그 충격에 빠져 있는 해미는 아빠, 엄마, 여동생 등 네 식구다. 언니가 갑자기 사고를 당해 죽은 충격으로 가정불화가 잦아지고 엄마와 아빠는 별거한다. 엄마는 신학 공부를 하려고 해미와 동생을 데리고 이모가 살고있는 독일로 간다. 이모는 파독 간호사로 갔다가 의사면허를 취득해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해미는 독일에서 친구를 사귄다. 친구들은 파독 간호사의 자녀들이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사이에서 출생한 한수, 파독 간호사와 현지인 사이에 출생한 레나는 한수 엄마의 첫사랑을 찾는 일을 한다. 그러던 중 해미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한수 엄마는 뇌종양으로 돌아간다. 첫사랑을 찾지 못했지만 해미는 찾았다고 거짓 편지를 보낸다.      


파독 간호사와 광부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외화벌이의 수단이었다. 그들이 보내준 외화로 도로를 만들고 공장을 지었다. 그들의 가족은 그들의 희생으로 공부하고 생계를 이어갔다. 3년만 살고 돌아오겠다던 약속은 고국에 있는 가족을 위해 한 번 연장, 두 번 하다 보니 아직도 독일에 살고있는 사람이 많다. 이제 그들에게 빚을 갚을 때다. 초로의 나이가 되어 외국에서 쓸쓸히 보내고 있는 파독 간호사와 광부를 위로해 주고 대한민국에 살기 원한다면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소설처럼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회한의 눈물을 흘릴 그들에게 고국은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해야 한다.     


소설에서 첫사랑이 동성이었다는 반전에 깜짝 놀랐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니, 아마 소설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돕는다는 일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해미가 포기하지 않고 찾아낸 한수 어머니의 첫사랑은 해미에게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조언을 남기고 해미는 그것을 실천한다. 해피앤딩이라서 부담 없이 읽었다.      


책 중에서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영원히 간직할 것처럼 착각하지만 대개 그것들은 서글플 만큼 빨리 옅어진다. 


네가 찬란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고 아까운 거니까.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는 것, 둘 중 더 힘든 것은 전자일 거라고 확신해왔다.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 앞에서 덜 고통스러운 상황은 있을 수 없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책 소개

『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2023.05.24. ㈜문학동네. 315쪽. 16,000원. 

    

백수린.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문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젊은작가상 등 수상. 소설집 『폴링 인 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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