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따듯한 햇살과, 벚꽃나무의 향기로움이 맴돌고 있다. 모임 장소에 들어선 A. 사람들의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와, 오래된 건물이니만큼 퀴퀴한 냄새가 가득 차 있다. 재빠르게 인사를 하며, A는 모임 장소 안으로 들어간다.-
A: 사람들이 많이 오셨네. 인사는 충분히 한 거 같으니, 빨리 자리에 가서 앉아야지.
(터벅터벅 자리로 걸어간다.)
어? 새로운 사람이 앉아있네? 저기 내가 원래 앉던 자리인데... (잠깐 고민후) 그럼 그냥 저 사람 뒷좌석에 앉아야겠다.
(곧 모임이 시작되고, 사람들의 소리가 줄어든다.)
(기웃기웃 거리며) '앞에 사람 때문에 내용이 잘 안 보이네...'
(자리를 바꿀까 생각하지만, 그냥 소란 피우지 않고 그대로 앉아있기로 한다.)
'그나저나 누구지? 원래 보던 사람은 아닌데... 뒤통수만 보이지만 뭔가 훈남의 느낌은 나는데? ㅎㅎ 이따가 인사라도 해봐야겠다.'
(같은 시각, J)
J: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이야... 형을 위해서 같이 참석해준 모임이지만, 끝나면 바로 나가야겠어.
(약 2시간 후, 모임이 끝나고, 다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A; 드디어 저분의 앞모습을 볼 수 있겠네!
(J가 나가려고 뒤돌아선다. A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며 J를 쳐다본다.)
A: '아니...! 너무 잘생겼잖아? 눈도 크고... 피부도 뽀얗고... 인상도 너무 선하고 좋다~ 근데 누구시지? 오늘 왜 오신 걸까?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은데...'
(J는 아무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형 'S'가 그를 막아선다.)
S: J야~ 벌써 나가려고? 좀 더 이야기하다가 가지.
J: 사람이 너무 많아.
S: 그러지 말고 인사도 좀 하고 그래 봐~ 너무 차갑게 굴지 말고.
J: 아 귀찮은데...
S: (A를 보며) 오 A 안녕~
A: (머쓱하게) 안녕하세요~
S: (J를 가리키며) 인사해~ 오늘 내가 특별히 같이 오자고 부른 내 동생 J야. 워낙 집에서만 있는 애라, 좀 사교성을 키우라고 ㅋㅋ
A: 아~ 그러셨구나. (J를 바라보며) 안녕하세요.
J: (딱딱하고 건조한 말투로) 네, 안녕하세요.
S: 좀 이야기하고 있어, 나도 다른 사람들하고 인사 좀 하고 올게.
J: (한숨 쉬며) 알겠어.
(숨 막히는 어색함이 J와 A 사이에 흐른다.)
(잠시 후, 한 아저씨분께서 A에게 다가온다.)
아저씨: A씨, 혹시 지난번에 내가 부탁한 자료 갖고 왔어요?
A: 아, 네! 지금 드릴게요. (가방을 주섬주섬 열어본다) 아 근데 어쩌죠 ㅜ 제가 마무리 기록을 아직 못했는데....
아저씨: 아 그래요? 그럼 기록 끝나고 이따가 나한테 주고 가요.
(아저씨는 바쁜 듯이 곧바로 자리를 떠난다.)
A: '아 어쩌지... 오늘도 펜이 없잖아 ㅜ 지난번에 분명 가방에 넣은 거 같은데...'
(J는 옆에서 멀뚱멀뚱 서있다.)
A: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혹시... 죄송한데, 펜 있으세요?
J: (조금 놀란 듯이) 네? 아... 있어요.
(양복을 입고 있었던 J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A에게 준다. 꽤 고급져 보이는, 관리가 잘 된듯한 펜이었다.)
A: 감사합니다. 잠깐만 빌려 쓰고 다시 드릴게요!
(그사이, 다른 사람들이 J에게 다가와 인사를 한다. J는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해 인사하고 대화를 나눈다.)
A: '나이는 나정도밖에 안 보이는데... 되게 점잖고 철두철미해 보이네? 조금 깐깐한 거 같기도 하고...'
(A가 자료를 작성하는 도중, J가 자리를 떠난다. A는 눈치채지 못한다.)
A: 휴, 다 끝났네. 펜만 다시 건네드리고 아저씨한테 가야겠다. (주위를 둘러보며) 어? 가셨나 보네? 펜 돌려드려야 되는데...! 어쩌지... 우선 아저씨한테 자료 드리고 잠깐 찾아봐야겠다.
(아저씨께 자료를 반납한 후, A도 밖으로 나가려 짐을 챙긴다.)
(곁눈질로 보니, J가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