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비바람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다시 따듯해진 날씨. 창문으로 은은하게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들뜬 마음으로 준비 중인 A. 평소에 잘하지 않는 귀걸이도 하고, 옷에 향수도 뿌린다. 잠시 후 카톡이 울린다.)
J: 저랑 동생 조금 전에 떠났어요.
A: 네, 저도 곧 떠나요~!
비슷하게 도착하겠네요.
J: 괜찮으시면, 우선 형 가게 앞에서 먼저 만나서,
한차로 가실래요?
파란색 ㅇㅇㅇ가 제 차예요.
A: 아, 그래요~ 그럼 가게로 먼저 갈게요.
조심히 오세요~
J: 네. 이따 봐요.
(약 30분 후, S의 가게 앞. 먼저 도착한 J와 동생 E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곧 A도 도착한다. 말한 대로, 파란색 'ㅇㅇㅇ'차량을 찾아 창문에 노크를 한다.)
A: (똑똑똑) 저 A에요~
J: (문을 열고 내린다) 또 만났네요 우리?
A: ㅎㅎ 그러게요. 잘 지내셨어요?
J: ㅋㅋ 네, 사는 게 똑같죠 뭐. (차 안에 있는 동생에게) E, 너도 내려서 인사해라.
E: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내린다) 안녕하세요 누나!
A: 앗, 누나 ㅋㅋㅋ 누나 소리는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네~ 반가워!
J: 그럼 인사는 나눴으니 슬슬 떠나볼까요? 형은 지금 바쁜 시간인 거 같아서, 이따 들려서 이야기하죠, 뭐.
A: 네, 그래요!
(J가 운전을 하고 있고, 조수석에는 E가, A는 J의 뒷좌석에 앉아있다.)
J: 그나저나 몇 살이세요? 아직 안 물어본 거 같아서.
A: 아, 22살이에요. J님은요?
J: 24살이요. 나보다 2살 동생이네요.
A: 네 ㅎㅎ E는 몇 살이야?
E: 전 19이요!
J: 얼마 전에 고등학교 졸업했어요. 삐약이예요.
A: ㅋㅋㅋ 누나는 얼마 전에 대학교 졸업했는데~
E: 으으... 대학 가기 싫어요.
A: 그러게... 누나도 어떻게 졸업했나 싶다 ㅎㅎ
J: 그럼 가족은 어떻게 돼요?
(그 이후로 J가 계속해서 질문을 하고, A는 당황스럽지만 친절하게 답해준다.)
A: '초반에 되게 궁금한 게 많네... 나는 좀 천천히 알아가고 싶은데... 나한테 관심 있나? 되게 집요하게 물어보네.'
(마치 현장 취재 인터뷰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곧 공원에 도착한다.)
A: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J: 네, 산책 나오길 잘한 거 같아요.
A: 근데 여기가 꽤 돌멩이도 많아서,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E: 재밌겠다!
(산책을 시작한 후, 자연스럽게 A는 J와 E사이에서 걷기 시작하였다.)
E: 누나는 남자 친구 있어요?
A: (화들짝 놀라며) 나?? 아니, 없어 ㅋㅋ E는 여자 친구 있어?
E: 아니요.
A: 인기 많을 거 같은데~
E: (웃으며) 전혀요.
J: 우리 집안에 다 남자들밖에 없어서, 애가 숫기가 없어요. 여자애들이랑 대화도 잘 못하고.
A: 아, 그렇구나~ ㅎㅎ 그래도 귀여운 매력이 있는걸?
E: 땡스요.
J: A는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A: (흠칫하며) 저요? 음... 그냥 자상하고 듬직한 사람이 좋아요.
E: 자상하고 듬직한 잘생긴 사람 아니고요?
A: 외모를 안 본다고는 말 못 하겠지? (웃는다)
(한참을 걷고, 대화를 나누니, 어느덧 서늘한 공기가 맴돌았다.)
J: 우리 충분히 걸은 거 같은데, 이제 슬슬 돌아갈까요?
A: 네, 좋아요.
(다시 S의 가게로 돌아가는 차 안, 잔잔하게 깔려있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아무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모든 창문을 조금씩 열어놨기에, 선선한 바람이 A의 머릿결을 흔들어놓았다.
뒷좌석에 앉아있는 A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며 룸미러로 J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 순간, A와 J의 눈이 마주쳤고, 두 사람은 멋쩍은 듯이 미소를 지었다.)
(S의 가게에서 달콤한 음료도 마시고, 다 같이 조금 더 대화를 나눈 후,
A와 J, 그리고 E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J: 오늘 즐거웠어요.
A: 저도요. 다시 만나서 반가웠어요. E는 처음 만나서 반가웠고~
E: 미투! 또 만나요.
A: 그래.
(A가 뒤를 돌아서는 순간, J가 다시 말을 꺼냈다.)
J: 다음에 만나면 말 편하게 해. 어차피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A: (속으로 내심 좋아하며) 아, 그럴까요? ㅎㅎ 알겠어...!
J: 조심히가.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로부터 며칠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