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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Mar 10. 2022

7화 - 알다가도 모를 사람。

씬 [2-1]: 내일 뭐해?

(햇살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한 6월 초. 낮이 점점 더 길어지니, 저녁시간이 훌쩍 넘어갔음에도 창밖으로 아이들이 뛰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처음 직장을 구하는 취준생의 고충을 겪으며, 열심히 이력서를 작성하던 A는, 어느덧 다시 J의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잠시 후 J로부터 전화가 온다.)


A: '웬 전화를...?' (목을 가다듬고) "여보세요?"


J: "어, 안녕. 저녁 먹었어?"


A: "네, 먹었죠."


J: "우리 반말하기로 했잖아 ㅎㅎ"


A: "아, 맞다... 으응, 먹었... 지! 아직은 어색하다... 요."


J: (조용히 웃으며) "혹시, 내일 뭐해?"


A: (떨리는 심장과 목소리를 진정시키며) "바쁘다고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별 계획은 없는데... ㅋㅋ왜?"


J: "형이 근처 새로운 카페가 생겨서 구경 간다고 하는데, 같이 가겠냐고 물어보네? 시간 되면 너도 가도 좋을 거 같아서."


A: "아, 셋이서?"


J: "원하면 동생도 같이."


A: "ㅋㅋㅋ 가족모임에 나를 불러주는 거야?"


J: "부담스러우면 안 와도 돼."


A: (기분이 살짝 상한 듯이) "뭐야, 그렇게 바로 빼기 있어? 난 괜찮아~ 커피 사준다면 가야지."


J: "커피는 형이 사줄 거야 ㅋㅋ"


A: "알겠어~ 시간이랑 장소는 카톡으로 보내줘."


J: "그래. 내일 보자."



(짧은 전화통화 후,  A는 착각에 빠진다.)


A: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뭐야~ 그냥 둘이 만나도 좋은데... 아무래도 그건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겠지? 그래, 천천히 다가가 보자. 급할 거 없잖아?'





(다음날. 그렇게 네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되었다.

카페에서 한참 대화를 나누던 중, A는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J: (S를 바라보며) 지난번에 A가 이상형이 자상하고 듬직한 남자라고 하던데.


S: (멋쩍은 듯이 웃으며) 오, 그래? 근데 그건 너무 광범위한데?


A: 아, 그렇긴 한데, 딱히 '이상형'을 정해 본적이 없어서...


J: 우리 형이 또 자상함의 표본이지.


S: 듬직하진 않고?


E: 듬직보다는 끔찍하지.


A: (크게 웃으며) 그나저나 갑자기 왜 내 이상형을 말해?


J: 그냥, 형도 알면 좋을 거 같아서.


(A는 잠깐 고민한다.)


A: '내 이상형을 왜 형이 알면 좋을 거 같다고 하는 거지? 그리고 그걸 굳이 왜 내가 있는 자리에서...?'


S: (눈치챈 듯이) 야, A가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A: (당황한 듯 웃으며) 아니에요~ 어차피 제 이상형을 알게 돼도, 별 도움은 안되잖아요 ㅋㅋㅋ 구체적이지가 않아서.


J: 형이 앞으로 좀 더 자상하게 해 봐.


S: 내가 알아서 한다고요~ 너는 신경 쓰지 말라니까?


(카페의 잔잔한 음악소리와, 주위 사람들의 웅성웅성거리는 대화 소리만 맴돌기 시작하였다.

어색함을 깨기 위해, 모두들 재빨리 커피잔을 비우고,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날 밤, A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들지 못한다.)


A: '아무래도 이상한데... 왜 형 앞에서 내 이상형 이야기를 했을까? 그리고 왜 형한테 더 자상하게 하라고 하는 거지? 지금 더 자상해야 할 사람이 누군데... 자꾸 날 헷갈리게 하네.'


(더 이상 헷갈리고 싶지 않은 A는, 마음을 굳게 먹고 직접 부딪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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