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바뀌었다. 같은 길은 없다
서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책들이 있다.
'나는 이렇게 해서 부자가 되었다', '부자 아빠의 돈 교육', '부를 설계하는 법' 같은 책들이다.
마치 ‘돈’이라는 문제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부자 되는 공식’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그들은 정말 책을 읽고, 공부를 해서 부자가 되었을까?
혹은, 부모가 자식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서 그렇게 된 것일까?
나는 여기에 근본적인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지형과 기후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가 살아온 환경과 자식 세대가 맞이한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부모는 ‘성실히 살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성실보다 운이, 노력보다 구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냉전과 아날로그 시대를 살았고,
자식은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후 위기와 불안정한 세계경제 속을 살아간다.
부모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던 시대를 살았고,
자식은 플랫폼 노동과 계약직, 프리랜서라는 유동적인 세계에 발을 딛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살면 부자가 된다’는 말은, 시대가 바뀌는 순간부터 효력을 잃는다.
그 길은 이제 닫혔거나, 아예 사라진 길일 수 있다.
많은 부모가 자식을 위해 길을 가르치고, 정답을 알려주려 한다.
좋은 대학, 안정된 직장, 집을 사기 위한 계획, 절약 습관.
이런 조언들은 한때 유효했지만, 지금은 그 자체가 자식의 성장에 벽이 되기도 한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부자가 되는 법’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 선택하고 실패해보는 힘’,
그리고 그 실패를 반성하고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내면의 나침반이다.
이 나침반은 누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다.
그건 혼란, 불안, 시행착오 속에서만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과정은 부모에게도 고통스럽다.
실패하게 둘 수 없다는 마음이 든다. 대신해주고 싶고, 막아주고 싶다.
하지만 아이는 때로 실패를 통해서만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세상을 자기 언어로 읽어낼 수 있다.
많은 부모가 실패를 ‘막아야 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진짜 실패는, 실패 자체가 아니다.
실패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 그 실패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짜 실패다.
실패는 자존심을 꺾고, 방향을 잃게 만들며, 사람을 작게 만든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아이는 질문을 시작한다.
“왜 나는 이 길을 택했을까?”
“무엇이 부족했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들은 정답보다 더 큰 자산이다.
그 질문을 반복하면서, 아이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우고, 다음 선택에서 조금 더 단단한 기준을 갖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자기만의 나침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감당하는 법을 옆에서 함께 지켜봐주는 것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보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이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정답을 주기보다, 아이가 방황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고, 실패했을 때 다그치기보다, 다시 일어설 여유를 줄 수 있는 부모.
그런 부모가 결국 자식을 ‘살게’ 한다.
단순히 ‘성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되는 법’은 가르칠 수 없다.
시대가 다르고, 삶의 조건이 다르고, 사람마다 부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있다.
생각할 자유, 실패할 기회, 자기 삶을 설계할 권리.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산이고,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