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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돈의 신 19화

21. 부자가 되는 정해진 법은 없다.

큰돈은 계산보다 확률의 영역에 있다

by 한자루




“사람은 횡재가 아니고는 부자가 될 수 없다.”

중국 명말 청초의 계몽서 '석시현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웃음이 났다.

웃긴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노골적인데, 반박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다.


누군가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사람들은 본능처럼 묻는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나요?”
마치 정해진 방법이 있을 거라는 듯, 어딘가에 비밀의 지도가 숨겨져 있다는 듯 묻는다.

그래서 '부자 되는 법'을 알려준다는 책이 쏟아지고, 누구는 그 법칙을 믿고 따르려 애쓴다.
하지만 곧 깨닫는다.
누군가는 그 방식으로 부자가 되는데, 누군가는 같은 방식인데도 망한다.

누군가는 부동산 투자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같은 시기에 투자해서 평생의 빚을 지고 만다.
누군가는 창업으로 수억 원을 벌고, 누군가는 같은 아이템으로 폐업했다.

만약 공식이 있다면, 모두가 따라 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식처럼 보이는 건 결과를 포장한 이야기일 뿐, 그 안에는 수많은 우연과 타이밍, 감정과 망설임,
그리고 단순한 ‘운’이 뒤엉켜 있다.


큰돈을 버는 일은 종종 ‘주사위 던지기’와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6이 나오는 순간이 있고, 어떤 사람은 계속 던져도 1이나 2만 나온다.

물론 아무 주사위나 던지는 건 아니다.
공부도 하고, 경험도 쌓고, 실패도 견뎌야 비로소 좀 더 좋은 주사위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 주사위 역시, 던지는 순간은 여전히 운의 영역에 있다.

가끔 주사위는 너무도 이상하게 굴러간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사람이 더 큰 이익을 얻고, 열심히 준비한 사람이 오히려 실패하는 것을 우리는 본다.
그때 깨닫는다.
이 게임의 핵심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있다는 걸.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배웠다.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성실이 항상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성실한 사람들이 반드시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성실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성실함은 주사위를 던질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자격이다.
그 위에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는 준비, 실패를 버티는 멘탈, 잃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체력이 쌓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갖췄어도 주사위를 던지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던져도, 운이 맞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묘한 불안과 기대 속에서 계속해서 다음 기회를 준비하며 살아간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꼭 반론이 나온다.
“운이 중요하다는 건 맞지만, 그래도 준비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

맞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운을 조작할 수는 없지만, 운이 지나갈 만한 길목에 자신을 세울 수는 있다.

자산 시장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는 것, 세상의 흐름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 나만의 관점을 가지기 위해 독서하고 사유하는 것.

이런 일들은 결코 확실한 보상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주사위를 던질 기회를 더 많이 만든다.
그리고 횟수가 쌓이면, 언젠가 6이 나올 확률도 커진다.


“확실하지 않다면 왜 해? 손해 보면 어떡해?”
이런 질문 앞에서 우리는 움츠러든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확률이 낮은 길을 포기하고,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큰돈, 큰 변화, 큰 성장은 대체로 그런 안전지대 바깥에서 일어난다.
성공은 바보 같은 시도 위에 세워진다.

그래서 부자가 되고 싶다면, 우리는 때때로 ‘어리석어 보여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하고, ‘설마 그게 되겠어?’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부자가 된다는 건 단지 돈이 많아지는 일이 아니다.
그건 확률과 실패의 세계에 감정 없이 뛰어드는 능력, 그리고 결과가 불확실해도 계속 시도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뜻한다.


부자가 되는 법은 없다.
있다면, 모두가 벌써 따라 했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던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더 진심으로 던지는 것뿐이다.

결과가 오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남들보다 늦더라도.

계속 던지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주사위가 웃어줄지 모른다.
그것이 운이고, 운이 만들어낸 부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운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오늘도 살아간다.

부자가 되는 법은 없다.
다만 계속 던질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결국, 인생은 던지는 사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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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