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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곰 위의 연출자

블라디미르 푸틴

by 한자루




그는 실제로 곰을 타진 않았다.
하지만 곰 위에 포즈를 잡은 합성 사진으로 밈계에 입성했고, 진짜로 상반신을 벗고 말을 탔다.

그 장면 하나로 전 세계는 눈치챘다.

이 사람은 그냥 대통령이 아니라, 이미지 전략가다.

“남자는 조용히 일하라”는 말이 있지만, 푸틴은 조용히 유도하고, 사냥하고, 다이빙하고, 그리고 20년 이상 집권했다.

그의 통치는 ‘법적’으로는 모두 정상이었다.
대통령, 총리, 대통령, 헌법 개정, 대통령 무제한 연임.

상대를 넘기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넘기는 유도 챔피언.



푸틴은 소련의 그림자 속에서 태어난 권력형 캐릭터다.
KGB 장교로 동독 드레스덴에 주재했고, 소련 붕괴의 현장을 목격하며 배운 건 단 하나였다:

권력은 잡는 게 아니라, 놓지 않는 것이다.

엘친의 후계자로 급부상한 후, 그는 러시아를 체계적으로 장악했다.
정치, 언론, 사법, 군, 정보… 모든 레버를 한 사람의 리듬에 맞게 리와이어링.

그의 철학은 요약하면 이렇다.

'자유는 혼란을 부른다.', '민주주의는 말보다 관리다.', '정적은 토론 상대가 아니라 정리 대상이다.', '존재감이 정책보다 강해야 한다.'


러시아 국영 언론은 푸틴을 슈퍼히어로로 묘사했다.

아이를 안고, 표범을 구하고, 고대 유물을 ‘우연히’ 발견하고, 물속에 들어가 뭔가를 건져 올린다

그의 이미지엔 무게, 침묵, 상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외부 세계는 다르게 봤다.
그는 언론을 통제했고, 반대파는 감시당하거나 사고사를 당했고, 비판하는 기자들은 사라지거나 망명했다.

야권은 그를 “21세기의 차르”라 불렀고, 서방은 “냉전 시즌 2의 감독”이라 불렀다.

그럼에도 내부 지지율은 높았다. 혼란 속에선 ‘강한 남자’가 필요하다는 믿음.
푸틴은 그 믿음을 브랜드로 삼았다.


푸틴은 룰을 아는 채 무시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조지아 침공은 “자위권 행사입니다.”

크림반도 병합은 “그쪽 주민들이 원했습니다.”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는 “증거 있으면 꺼내보시죠.”

독살 사건에는 “우리가 그렇게 서툴게 독을 씁니까?”

항상 부인하지만, 정확히 그 방향으로 행동한다.
체스를 하다 말고, 판을 뒤엎고 "이제 유도야!"라고 선언하는 스타일.

국제 사회가 경고하면, 푸틴은 “러시아 내정에 간섭하지 마라”고 반격했다.
그리고 유엔은 말했고, 푸틴은 웃었다.
전 세계는 불편하게 침묵했다.


2022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푸틴은 이를 “특별 군사 작전”이라 명명했지만, 세계는 전쟁이라 불렀다.

그는 나토 확장 견제와 러시아계 주민 보호, 역사적 영토 복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본질은 단순했다. 제국의 유산을 되찾고 싶었던 것이다.

서방은 경제 제재와 무기 지원으로 맞섰지만, 전쟁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승리는 쉽게 오지 않았다.

수만 명이 죽고, 도시가 파괴되고, 그의 불패 신화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푸틴은 국가를 무대로 만든 연출자였다.
자신은 배우이자 각본가였고, 러시아는 그 무대를 따라 움직였다.

첩보, 전쟁, 유머, 고대, 체육, 역사복고…
그는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권위의 서사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무대에 금을 냈다.
세상은 이제 그를 강한 리더가 아닌 위험한 리스크로 보기 시작했다.

그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모든 장면을 통제하진 못한다.


푸틴은 대통령이 아니라 러시아라는 시뮬레이션의 운영자다.
그리고 로그아웃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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