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이미 이름부터가 알파벳 세 글자로 줄어든 ‘하이엔드 브랜드’다.
MBS. 마치 신발 브랜드 같기도 하고, 슈퍼컴퓨터 약자 같기도 하다.
실제로 그 역시 슈퍼 권력을 품고 있다.
사우디의 왕세자이자, 석유와 신기술을 양손에 든 남자.
한 손엔 오일머니, 다른 손엔 스타트업 피치덱.
그리고 어깨 위엔, 권위주의 시대의 정치 코스프레가 얹혀 있다.
그는 "사막에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라고 외쳤고, 그러면서 세계 언론에는 이렇게 등장했다.
“기자 한 명이 영사관에 들어갔고,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2018년 10월 2일.
자말 카슈끄지는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을 방문한다.
결혼 서류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간 이후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영사관 밖에는 그의 약혼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문은 닫힌 채였고, 그가 나오는 CCTV 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적 ‘로그인’은 있었지만 ‘로그아웃’은 없었던 것이다.
카슈끄지는 단순한 저널리스트가 아니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고, 오랫동안 사우디 정부 내부를 비판해 온 가시 같은 존재였다.
사우디 왕실의 폐쇄성과 이중성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그 목소리는 국제사회에서 점점 커지고 있었다.
사건 직후, 터키 정부는 “살해된 후 시신이 토막 났다.”라고 발표했다.
정확히 말하면, 전기톱이 등장한다.
이후 CIA는 명확하게 입장을 냈다.
“이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이 승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빈 살만은 딱 한 걸음만 물러섰다.
“책임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실수했다. 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정보기관 인사들이 기소됐지만,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주범은 사라졌고, 핵심 인물은 무죄 판결을 받았고, 어떤 피고인은 석방되었다.
국제 사회가 보는 법정은 정의의 무대가 아니라, 스모그 낀 쇼룸이었다.
이쯤 되면 정치가 아니라 마술쇼다.
자, 그런데… 이 사건이 터진 바로 그 시점에, MBS는 마이크를 들고 이렇게 외친다.
“우리는 미래 도시, 네옴! 을 짓겠습니다!”
“자동차는 없고, AI가 행정을 보며, 드론이 피자를 날립니다!”
피가 마르던 뉴스는, 갑자기 부동산 광고로 전환된다.
세계 언론은 혼란에 빠졌다.
“지금… 기자가 토막 났는데, 갑자기 스마트시티요?”
MBS는 1985년생.
총 13명의 형제들 중 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며 자랐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저건 왜 저래요?” 대신 “아버지, 저건 제가 바꿔도 될까요?”를 외치던 아이.
정치학 대신 법학을 전공했지만, 실제 전공은 권력 구조 리모델링.
왕자의 옷을 입고, 창업자의 꿈을 꿨고, 정치는 마치 UX/UI처럼 다뤘다.
"정치 UX 개편자"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의 유년기 놀이는, "모래성 무너뜨리기"와 "석유통 굴리기"였다.
21세기엔 그걸 "네옴 설계도 그리기"로 업그레이드했을 뿐이다.
자 그럼 모두 궁금하실 무함마드 빈 살만의 재산을 공개해 보겠다.
공식 순자산은 약 20억~50억 달러 (한화 약 2조 7,000억 ~ 6조 7,0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따로 있다. 그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를 통해 약 9,000억 달러 (한화 약 1,21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실질적으로 통제한다.
그는 부자가 아니다. 국가를 통째로 든 지갑이다.
그의 소비 품목 또한 남다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살바토르 문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 약 4억 5,000만 달러 / 한화 약 6,000억 원)
프랑스 초호화 성 ‘샤토 루이 14세’ (현대 최고가 주택: 약 3억 달러 / 한화 약 4,000억 원)
슈퍼 요트 ‘세레네’ (수중 관측실, 헬기 착륙장 포함: 약 5억 달러 / 한화 약 6,700억 원)
이쯤 되면 자산이 아니라 왕실판 GTA 아이템 목록이다.
빈 살만은 뉴캐슬 유나이티드 축구팀을 인수하고, 우버, 소프트뱅크, 엔비디아에 투자하며 세계 경제를 핀셋처럼 집어 움직인다.
그는 자산을 ‘보유’ 하지 않고, 통제한다.
말 한마디로 기업을 사고팔고, 한 줄 승인으로 수십억 달러가 이동한다.
“결제”가 아니라 “명령”이다.
그는 외신에는 “중동의 혁신가”, 내부에선 “사막의 오너클랜”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 운전 허용, 종교 경찰 약화, 극장 재개장, BTS 콘서트 유치 시도,
그리고... 반대파 리츠칼튼 감금 쇼
2017년 11월.
사우디의 최고급 호텔, 리야드 리츠칼튼이 하루아침에 왕자 감금소로 바뀐다.
VIP룸에선 와인이 사라지고, 대신 “자산 내역서 제출서”가 등장한다.
빈 살만의 ‘반부패 캠페인’
표면상은 부정축재 단속이지만, 실제로는 “왕족 리셋 버튼”이었다.
“축적된 권력? 좋아요. 이제 그것 좀 국고에 기부하시죠.”
수백 명의 왕족, 장관, 재벌들이 감금되고 수면 박탈, 고문, 취조, 그리고 "자발적 기부" 서명.
하룻밤 새 수천억 달러가 국가로 흘러간다.
이건 반부패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수금 시스템. “사막판 나쁜 은행” 프로젝트 같은 것이었다.
정부는 말한다. “이건 강제 압류가 아니다.
그냥 여러분이 자발적으로 여러분의 회사를 넘긴 거다.”
그걸 뭐라고 부르느냐고?
사우디식 플리바겐. (의역: 형량은 줄여줄게, 대신 네 모든 걸 내놔.)
미국의 협상은 형량을 조정하지만, 사우디의 협상은 재산권과 존엄을 조정한다.
빈 살만은 단순한 군주가 아니다.
그는 왕국을 운영하며, 왕자들에게 위치 추적기를 채우고, 재벌에게는 백지양도서를 건넨다.
자유 대신 감시를, 정치 대신 인터페이스를 설계한 사막의 CEO.
그의 신조는 Check-in은 있어도 Check-out은 없어요가 아닐까 싶다.
빈 살만은 늘 정치인이 아니라, IT 창업자처럼 행동한다.
다보스 포럼에선 넥타이 대신 미소와 청사진을 가져오고, "우린 플랫폼 국가가 될 것"이라 외친다. Vision 2030은 마치 유니콘 스타트업 슬로건처럼 보인다.
리더십 회의에선 이재용 부회장과 주먹 인사를 나누며, “중동의 미래는 혁신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트위터에서 정권 비판을 한 여성은 징역 34년형을 받는다.
참고로 그녀는 단지 ‘리트윗’을 했을 뿐이다.
한 손엔 비전, 다른 손엔 방화벽. 유토피아와 공포정치를 동시에 실행하는 운영체제(OS).
그의 정치철학은 단순하다:
“브랜드는 힙하게, 통제는 조용하게.”
빈 살만은 디자이너처럼 말하고, 관리자처럼 통치한다.
그는 사우디를 미래형 국가로 리모델링하려 했지만, 그 재료는 여전히 공포, 통제, 불투명한 권력구조였다.
그는 사막의 애플 스토어를 짓고 싶어 했지만, 결국 설치한 건 사막의 방화벽이었다.
그를 비난하는 것도, 찬양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는 시대의 이단아이며, 왕실의 해커다.
왕좌에 앉은 UX 디자이너. 정치권력을 애플처럼 브랜딩 하고, 자유주의를 UI 요소로만 활용한 정치적 프로토타입이다.
빈 살만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브랜드다.
하지만 이 브랜드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붙어야 한다.
“본 제품은 겉보기엔 혁신적이지만, 사용 중 정보가 통제될 수 있으며, 불시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