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카리스마도 없고, 연설은 길고, 경제는 망했는데… 여전히 대통령이다.
왜냐고? 그의 전임자 이름이 우고 차베스였기 때문이다.
그는 차베스의 후계자, 아니 거의 차베스 팬클럽 회장처럼 집권했다.
그의 집권 이후 베네수엘라는 기름 냄새 나는 디스토피아로 변했다.
세계 1위 산유국 중 하나인데, 국민은 주유소에 6시간 줄을 서고, 전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끊기며, 화폐는 화장실 휴지보다 싸다는 농담이 현실이 됐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마두로는 뭐 하고 있었을까?
2019년 3월. 베네수엘라 전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수도 카라카스는 암흑이 되었고, 병원은 마비, 수도 공급도 끊겼다.
시민들은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하루를 버텼고, 거리엔 분노한 시위대가 쏟아졌다.
그런데 바로 그 와중에, 국영방송에는 한 남자가 등장했다.
바로 니콜라스 마두로. 장소는 대통령궁 내부의 야외 바비큐장.
그는 생방송으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철판 위에서 스테이크가 지글거렸다.
마두로는 양념을 바르고, 고기를 자르며, 활짝 웃었다.
“이야~ 이게 바로 베네수엘라의 맛이지!”
“이 정전? 미국의 사이버 공격이야. 걱정 마.”
“우리 국민은 강해. 이 고기처럼 질겨.” (진짜로 그렇게 말했다.)
이 장면은 즉시 SNS와 외신에 퍼졌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살인적인 물가상승으로 많은 국민이 곤궁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베네수엘라에서는 국민의 64%가량이 극심한 식량 부족으로 체중이 평균적으로 11㎏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민이 암흑 속에서 아이를 업고 뛰어다닐 때, 그들의 대통령은 고기를 굽고 있었다.
진심으로, 즐기며,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이다.
이건 단순한 이미지 실수도 아니었다.
마두로 정권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니콜라스 마두로는 1962년 카라카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노동조합 활동가였고, 집안 자체가 ‘반미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로 채워져 있었다.
그의 정규 교육은 고등학교 수준.
한때 버스 운전사로 생계를 이어갔고, 쿠바로 유학을 떠나 사회주의 교육을 받았다.
정치 입문은 1990년대 후반. 차베스를 열렬히 지지하며 측근으로 성장했고, 외무장관과 부통령을 거쳐 후계자가 되었다.
차베스가 사망하며 그의 유언처럼 등장한 인물, 말하자면 “유령이 찍은 후계자”였다.
그의 정치 철학은 단순하다.
“나는 차베스를 믿는다. 그리고 미국은 나를 싫어한다. 그러니 나는 옳다.”
국제 언론은 그를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묘사한다.
“21세기 가장 무능한 독재자”라는 타이틀도 받았다.
하지만 마두로는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에겐 국영방송, 선거 조작 시스템, 그리고 '차베스의 유령'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은 양극단이다.
한쪽은 “지도자님은 여전히 인민의 길을 간다”며 박수치고, 다른 쪽은 가방 싸고 국경을 넘는다.
700만 명 이상이 탈출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버티고 있는 것일까?
선거 조작, 군부 장악, 그리고 “미국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는 무한 루프 음모론이 그가 아직 버티고 있는 무기들이다.
마두로의 특기는 현실감각 없음으로 대변할 수 있다.
세계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터졌을 때, 그는 해법으로 가상화폐 '페트로'를 내놨다.
문제는 아무도 그게 뭔지 몰랐고, 심지어 베네수엘라인도 안 썼다.
그는 종종 TV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차베스 사진 앞에서 연설한다.
길거리에서는 시민이 라면 하나 사려고 월급 전부를 들고 나간다.
누가 봐도 국가는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그는 말한다.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믿는 건 현실이 아니라 서사다. 혁명의 서사, 외세 음모의 서사, 차베스의 유산이라는 신화 같은 것 말이다.
그의 정치는 정책이 아니라 무대 연출이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통치하고, 대본대로 감정을 연기한다.
니콜라스 마두로는 국가가 붕괴되는 와중에도 리더십이 유지되는 희귀한 사례다.
그건 능력 때문이 아니다.
그저 정치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에서 작동하는 유일한 바이러스 같은 존재다.
그의 리더십은 이렇게 요약된다.
“전력은 없지만, 권력은 있다.”
국민은 떠났고, 경제는 증발했고, 외교는 사라졌고, 언론은 침묵했지만, 그는 여전히 고기를 굽는다.
아주 여유롭게, 아주 뻔뻔하게.
니콜라스 마두로는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차베스를 숭배하는 종교의 사제장이자, 무너진 무대 위에서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굽는 남자였다.
역사에 이렇게 기록될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를 요리하지 않았다. 그냥 태워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국가가 불타고 있을 때, 가장 위험한 건 그릴 앞에서 미소 짓는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