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실험 종료 선언

그리고 시작되는, 당신만의 실험

by 한자루




# 상상은 가장 현실적인 저항이었습니다


29일간, 엉뚱한 상상을 했습니다.
하루가 48시간이 되는 세상, 반려견이 인간을 돌보는 세계, 하루 한번 새 스마트폰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세상, 매일 한 시간씩 투명해진다면? 모든 차량이 분홍색이라면? 그리고 거짓말이 현실이 되는 세상까지.

말도 안 되는 설정 속에 저는 감히, 스스로를 밀어 넣었습니다.

실없는 농담처럼 시작된 상상은 어느 순간,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질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바보 같지만 정직한 실험이었고, 상상이라는 렌즈로 인간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실험 중 가장 자주 마주했던 감정은 ‘불편함’이었습니다.
익숙했던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고, 당연하던 규칙이 사라질 때, 인간은 당황했고, 멈췄고, 그제야 자신을 조용히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던 것들이 사실은 습관이나 관성에 불과했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습관을 깨뜨린 건 언제나 작은 상상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한 상상 실험들은 기발 하다기보다 엉뚱했고, 논리적이라기보단 엇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본질과 마주했습니다.

말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진심을 갈망했고, 시간이 늘어난 세계에서는 여유가 아니라 피로가 더해졌으며, 기억이 조작되는 도시에선 윤리란 감정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상상을 통해 던진 질문은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되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은 거대한 철학서가 아니라 작은 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 속에서 우리는 보았습니다.
기계에 둘러싸여 고립된 인간, 관계 속에서 외로워진 인간, 속도에 중독되어 방향을 잃은 인간.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람답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상상은 도피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상상을 비현실적이라 말하겠지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상상은 회복이었고, 회피가 아닌 정직한 저항이었습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감정, 즉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라는 속마음을 꺼낼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도구였습니다.

이제 실험은 종료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실험은,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의 마음속에서 시작됩니다.

단 한 문장이라도 상상할 수 있다면, 하루 단 1분이라도 ‘만약’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시작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만약 내가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만약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누구에게 말 걸고 싶을까요?”

“지금 이 순간, 가장 저다워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그 질문은 당신을 낯선 세계로 데려갈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끝에는 반드시, 지금보다 더 진실한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던진 상상이 머나먼 미래도, 먼 우주도 아닌 결국, 당신의 일상, 당신의 마음, 그리고 당신이 앉아 있는 이 자리에 닿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어쩌면 그것이, 이번 엉뚱한 상상 프로젝트의 마지막 상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험 종료!
하지만, 당신의 상상은 지금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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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