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대디의 난생처음 셀프인테리어 #3 실패하는 네 가지 이유
셀프 인테리어를 실패하는 이유
솔직히 이건 당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부분이 좋은 작업자를 구하는 일이었다. 셀프 인테리어 기간 동안 나는 실력 있는 작업자와 실력 없는 작업자를 다 경험했다. 돌아보면 공정과 공정 사이 여유를 두지 않아 촉박하게 작업자를 섭외했을 경우에 실패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변수가 많은 셀프 인테리어일수록 공정 사이 여유를 두고 스케줄링한다면 실력 있는 작업자 선정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보통은 작업자를 구할 때 주변 지인들 혹은 자재상을 통해 소개받거나 셀프 인테리어 관련 커뮤니티를 통한 섭외, 아니면 <숨고> 같은 프리랜서 마켓을 찾아본다. 이 세 가지 모두 이용해봤는데 솔직히 답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셀프 인테리어 커뮤니티 혹은 블로그 글을 보고 찾아내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같은 작업자라도 후기가 극명하게 갈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칭찬 일색의 후기 몇 개만 보고 결정하기보다는 작업자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내가 원하는 컨셉을 잘 맞춰줄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눈이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우엔 광고성 글이 많은 블로그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내 후기들을 위주로 정보를 모았고, 그분들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유튜브에 들어가 실제 인테리어 사례 사진을 꼼꼼히 찾아봤다. 그중 내가 하고자 하는 인테리어 컨셉과 포인트를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업체를 섭외했을 땐 꽤 만족도 높은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추가로 셀프 인테리어를 완성한 선배님들의 SNS를 참고하는 것도 많이 도움이 됐다. SNS 손품 팔아가며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사진을 발견하면 DM으로 업체를 문의하고 솔직한 후기를 들어본 것도 꽤 큰 도움이 됐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견적을 싸게 주는 사람과 계약하는 것이 능사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가성비는 가전제품을 살 때 챙기고, 인테리어 할 땐 적당한 인건비와 자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긍정적인 후기가 많은 작업자를 찾았다면, 어느 정도 그 분야에서 검증된 작업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작업자를 섭외했다 하더라도 정확한 작업지시와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꼭 염두해야 한다.
부정확한 작업지시와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은 셀프 인테리어 실패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인테리어가 아니라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때 얼마나 많은 인부들이 작업을 하는지 생각해보자. 그분들을 일일이 대면해서 말로 작업을 지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건물을 설계한 사람의 의도가 현장의 작업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기는커녕 마치 귀에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입모양으로 단어를 맞추는 게임처럼,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 의도가 왜곡될 것이다. 시방서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업자들은 시방서를 기반으로 시공을 하고, 현장의 감리자들은 이 시방서대로 제대로 시공되고 있는지를 감독한다. 하지만 '셀린이'이며 동시에 '육아대디'인 나는 이런 시방서를 작성할 정도의 전문 지식도 없을 뿐 아니라, 현장에 매일 상주하며 감리를 봐줄 시간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인테리어 사진들을 그 작업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이대로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될까.
나는 정확한 작업지시를 위해 내가 제일 잘 만질 수 있는 파워포인트를 선택했다. PPT로 작성한 기획서에 참고할만한 인테리어 콘셉트 사진, 공정주의사항, 자재 종류, 공정 방법 등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에 관한 모든 것을 세세하게 담아보기로 했다. 다 작성하니 66장의 기획서가 완성됐는데, 이 기획서는 각 공정의 작업자와 첫 미팅 시 인테리어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요긴한 미팅 자료가 돼주었다.
작업 전날엔 그 작업에 해당하는 부분을 컬러 프린트해 현장 벽 곳곳에 부착해 놓았던 점도 굉장히 도움이 됐다. 이미 전달한 내용이지만 작업자 분들이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보게 되고, 놓치는 부분 없이 일을 마칠 수 있었다. 까탈스러운 놈이라고 눈으로 욕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는 사장님도 계셨지만, 절대 그런 눈빛에 흔들려선 안된다. 내가 원하는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아 평생 후회하느니 아쉬운 소리라도 하면서 최대한 요구사항을 콕 집어 세부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작업자분들은 내가 붙여둔 프린트물을 보시고 굉장히 편해했고, 나는 현장에 없더라도 내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하자 발생은 진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아무리 준비를 잘하고, 실력 좋은 작업자와 작업을 해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하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미리 해 높고 셀프 인테리어를 들어가야 정신건강에 유익하다. 단, 셀프 인테리어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이렇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하자에 대한 A/S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
실력 좋은 작업자를 잘 만나는 것도 인테리어 하자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과 연결된다. 인테리어 작업자로써 본인이 몸 담고 있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려면 A/S가 필수다. 대부분의 작업자 분들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A/S를 요구하면 최대한 해결해주시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인테리어 업체 후기를 찾아볼 때, 실력은 물론 A/S에 대한 후기도 꼭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업 완성도는 높았지만 내 일이 끝났다고 해서 하자시 연락을 안 받는 사장님들이 과연 제대로 실력자라고 볼 수 있을까. 나 같은 경우 숨고에서 급하게 일을 맡겼던 필름 사장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A/S를 성심성의껏 해주시는 분들을 만나 불가피하게 생긴 하자들은 크게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말만 들어도 혈압이 오른다. 인테리어 현업에서도 턴키 업자에게 돈을 못 받았다는 사장님들이 있을 정도인데 이 업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들은 오죽할까. 인테리어 사기에 대해 엄청난 사례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가 올라온다. 항상 눈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 역시 좋은 작업자들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작업자란, 실력도 중요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작업자를 말한다. 나는 욕실 설비 공정과 타일 공정 작업자 분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내가 섭외하고 싶던 작업자 분들과 스케줄이 맞지 않아 자재상에서 소개를 받아 진행했다. 확실히 이 분들은 셀프 인테리어 경험이 거의 없으신 분들이라 커뮤니케이션이 쉽진 않았다.
인테리어 업체와 함께 주로 일하시던 분들이라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것이 셀프 인테리어를 주력으로 하시는 분들에 비해 미숙하긴 했지만, 자재상의 소개를 받아 섭외된 분들이라 자재상과의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대충 하진 않았다. 물론 자재상에서 소개받은 업체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해서 그 자재상에게 보상을 해달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자재상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된 업체를 소개해 줘야 뒤탈이 없기 때문에 자주 같이 일하는 업체를 소개해주려고 애쓴다. 이런 부분도 어느 정도 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