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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악산 시지프 Mar 08. 2022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야

약사, 전문가가 되는 방법

만약 공부하는 것이 너무 싫어 발가락이 오그라들 지경이라면 약사는 당신에게 맞는 직업이 아니다. 전문가로서 약사는 비전문가인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지식을 평생 배워가야 한다. 특히 요즘에는 뭐든 속도가 빨라져서 매일매일 새로운 지식과 기술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시장에는 새로운 약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약사가 현장에서 알아두어야 할 정책들은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지난해(2021년)까지만 해도 검사는 병원에 가야 받을 수 있는 것이었고 스스로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가검사키트로 양성과 음성을 파악하고 키트는 흔하게 사용되다 못해 품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출처: 서다빈 약사
빠르게 진행된 코로나19로 마스크, 타이레놀, 그리고 자가검사키트까지 여러 물건들이 부족해졌고, 이런 필요한 의약품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약사들은 더 바빠졌다.
지금도 많은 약사님들이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약국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있다.

사진은 한때 마스크대란이 일었을 무렵 인터넷에 밈처럼 돌아다니던 '마스크없무새'의 그림이다.

"학명: Coronattamuns Mask Dafalithacus (코로나때문스 마스크 다팔리따쿠스)"
"별명: 마스크없무새"



약사가 약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약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약 말고도 약사가 알아야 할 것들이나, 할 줄 알아야 되는 것들이 있다. 첫째로 법과 제도가 여기 속한다. 약사로 일하면서 곤란한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면 약사가 어떤 일은 할 수 있고 어떤 일은 사람들이 아무리 필요로 해도 해줄 수 없으며 관련된 법에서 반드시 지키도록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꼼꼼히 알아두어야 한다. 쉬운 예로 '일반의약품'에 속하는 약은 약사가 환자에게 바로 판매할 수 있지만 '전문의약품'에 속하는 약은 환자가 필요로 하고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판매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약사법 23조 3항을 위반한 것이 되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약사는 법적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관련된 일을 할 배타적인(약사만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예를 들어 약 중에서 더 많은 주의를 요구하는 마약류 의약품은 ‘이중’으로 된 ‘철제’ 금고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 마약류 관리법에 명시돼있다. 이 외에도 약국에는 어떤 시설이 갖추어져야 하는지, 무엇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지, 기록을 몇 년간 보관해야 하는지 등이 법에 나온다. 법은 당연히 법이므로 모르고 지키지 않았건, 일부러 지키지 않았건,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내거나 감옥에 간다. 실제로 고의로 법을 어기지 않았음에도 신고가 들어가서 법적 분쟁이 벌어지고 끝내는 상당한 벌금을 물게 되는 사례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카프카가 쓴 ‘법 앞에서’의 일부로 시골 사람 한 명이 문지기에게 법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청하는 장면이다.
법은 정말 어렵다. 그것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일수록 더더욱.

“... 입장하는 걸 허락받으려고 그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고 자주 부탁을 하면서 문지기를 지치게 한다. 문지기는 이따금씩 간단한 심문을 하는데, 고향이니 그 밖의 여러 가지를 묻지만, 그것은 높은 양반들이 으레 던지고 하는 관심 없는 질문들이고, 끝에 가서는 언제나 다시금 아직 들여보내 줄 수 없다고 한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 온 그 사람은 문지기를 매수하기 위해 제 아무리 값진 것일지라도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써버린다, ...”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약사가 하는 일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전의 약사는 약국에 약을 두고서 처방이나 환자의 요구에 맞춰 잘못된 부분이 없게 약을 전달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면 요즘 약사는 환자의 상태에 맞춰서 환자가 먹고 있는 모든 약을 확인하고, 환자가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게 치료를 돕는 방향으로 담당하는 일의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약사가 도움이 필요한 환자의 집을 찾아가서 약을 올바르게 먹을 수 있도록 돕는 ‘방문 약료’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이외에도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지 않도록 돕는 ‘생명지킴이’ 약국 등 다양한 제도가 진행 중이다. 약사에게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는 만큼 약사가 공부해야 할 것들이나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아진다. ‘약사회’와 같은 전문단체는 변화하는 법과 제도에 대응해 약사들이 필요한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만약 자신만의 약국을 차리길 희망한다면 사업 능력도 중요하다. 약국은 보건의료시설이지만 하나의 사업체이기도 하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의 흐름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재고나, 약국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들을 관리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약국을 차리지 않고 근무 약사로 일하거나 회사나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경우에도 각각의 위치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흔히 전문적인 지식 외에 필요한 이러한 능력들을 ‘소프트 스킬이라고 한다. 환자와 대화할  약사가 전문가로서 알고 있는 어려운 지식을 환자에게 그대로 전달한다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내용을 이해할  없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할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가 모를  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환자가 설명을 듣기 위해서 약사 앞에 하루 종일  있을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어려운 정보 중에 중요한 내용만 골라서 짧은 시간 안에 쉽게 전달할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다행히 나는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재밌었다. 어머니는 이해할  없다는 표정으로 “너는 공부가 팔자인가 보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여기에는 공부는 이제 그만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 담겨있다.) 나는  약국을 차려서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정책을 만들고, 만든 정책을 현실화시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좋았다. 약국에서는 약국장이 가장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약국장보다  성장할 없다. 물론 개인적인 발전 대신 약국 자체를 키워가는 것에서 기쁨을 느낄 수도 겠다. 하지만 나는 괴짜라서 그것보다는 연구자로 커리어를 쌓으며  자신과 내가 사회에 미칠  있는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았다.



어디에서 일하든 약사는 전문가로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다. 약에 대해서도, 병에 대해서도, 법과 제도, 그리고 환자와 이야기할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서 약사는 공부가 싫으면   없는 직업이다. 전문가로서 약사는 공부해야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출처: 영화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너무 유명한 대사이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야.”


(다음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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