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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Aug 23. 2022

 27. 엄마 잃은 비둘



남매 비둘기 (이호영)



 갑자기 창가에 비가 세차게 뿌린다.

 창문을 통해 멀리 보이는 산이 비로 가려져 뿌옇게 보인다.

 '산에 있는 나무들이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있겠구나.' 하고 있는데 작은 비둘기가 비에 젖은 채 창 틀 밖의 자그마한 둔덕에 와 앉았다.

 처음에는 비를 피해 날아왔나 했더니 떨리는 소리로 계속 '꾹구 구구'하는 것이 슬프게 들렸다.

 이상하게 여긴 이나는 창문을 열고 물어보았다.

 "아기 비둘기야,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에요. 저 뒷산에 갔다가 오빠를 잃어버렸어요. 흑흑."

 "뒷산은 높고 험하다는데 거기는 왜 갔어?"

 "오빠가 가 보고 싶다고 해서요. 나는 무서워서 싫다고 했는데. "

 "그랬구나. 어쩌지? "

 

 아기 비둘기는 어느 날 총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돌아보니 먹이를 줍던 엄마가 총을 든 사람들한테 잡혀가고 있었어요.  

 "엄마, 엄마."하고 부르며 따라갔지만 그들은 차를 타고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때 오빠는 이웃의 까치 언니하고 들판으로 놀러 가서 그 모습을 보지 못했지요.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난 오빠는, 동생이 엄마가 보고 싶어 울 때마다 말했습니다.

 "저 뒷산에서 총소리가 나는 걸 보면 엄마도 거기로 잡혀 갔을 거야. 이 오빠가 가서 엄마를 구해 올 테니 울지 마."

 그러던 어느 날 오빠는 동생에게 "오빠가 뒷산에 갔다 올 동안 너는 여기에서 꼼짝 말고 있어야 돼. 날이 어둡기 전에 돌아올 거야."하고 먹이를 주고 가려했습니다.

 그러나 혼자 있다가 또 총을 가진 사람들이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오빠를 따라갔습니다.

 남매 비둘기는 높고 깊은 산에는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심조심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지요.

 아무리 가도 커다란 새들이 날아다닐 뿐 엄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빠, 무서워. 그냥 동네로 내려가자."

 "아니야, 나는 꼭 엄마를 찾을 거야. 겁나면 집에 가 있어. 찾아갈 수 있지?" 하며 더 깊이 날아갔습니다.

 "오빠,  같이 가."하고 불러도 이미 오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아기 비둘기는 혼자 돌아와서 기다렸지만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르릉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비가 쏟아지는 것입니다.

 아기는 더 무서워 울고만 있었지요.

 오빠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아기 비둘기는 혼자서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나는 아기 비둘기를 들어오게 하고 먹이를 주었습니다.

 "비둘기야, 우선 이 쌀을 먹고 기다려봐. 오빠는 반드시 잘 돌아올 거야."

 그러나 된 바람이 불어오며 비는 점점 세차게 내리고 날은 어두워져 가도 오빠 비둘기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빠 비둘기는 오로지 엄마를 찾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헤매었습니다.

 그러나 총을 든 사람도, 엄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 하고 있는데 커다란 독수리가 하늘에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아, 저 독수리 아저씨는 우리 엄마를 보았을지도 몰라.'

 그래서 독수리를 쫓아갔지만 어찌나 빨리 날아가는지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비가 점점 더 무섭게 내려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거예요.

 그때, 큰 고목나무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고 비를 피하려 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부엉이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오빠 비둘기의 이야기를 들은 부엉이 아줌마는 먹이를 주며 말했습니다.

 "이곳에는 가끔 사냥꾼들이 와서 멧돼지를 잡기도 한단다. 그러나 너의 엄마는 본 적이 없어. 그런데 비둘기야,  사냥꾼들은 가끔 새를 잡아가기도 하더라. 혹시 엄마가 안 돌아오셔도 동생과 함께 잘 살아가야 한다. 오늘은 밤이 되었으니 여기서 자고 날이 밝으면 내려가거라. 이 산은 험해서 더 올라가면 길을 잃을지도 몰라."

 부엉이 아줌마는 엄마 비둘기가 살아있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차마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빠 비둘기는 부엉이 아줌마의 말을 알아차리고 나니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리고 매일 엄마를 찾는 아직 아기인 동생이 몹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었지요. 빗줄기는 점점 더 세차 져서 나뭇가지도 다 부러질 것 같았으니까요. 


 다음 날이 되자 어제와는 달리 해가 반짝이며 하늘은 푸르렀습니다.

 오빠는 아침이 되자마자 고마운 부엉이 아줌마와 작별 인사를 하고 부리나케 날아갔습니다.

 이나도 아기 비둘기를 데리고 오빠 비둘기를 찾아 산으로 향하였어요. 이나는 만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불안했지요. 아기 비둘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만큼을 지나자 부지런히 날아오는 오빠 비둘기를 보게 되었어요. 너무도 반가운 아기는 있는 힘을 다해 오빠에게 날아갔습니다. 오빠도 너무 반가워 동생을 덥석 안았습니다. 

 그리고는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내고 웃으며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아기야, 엄마는 말이지, 저 높은 하늘나라에 가면 아름다운 곳이 있거든, 그곳으로 먼저 가신 것 같아. 우리도 언제인가는 그곳으로 갈 거야. 그러면 그때 엄마를 만날 수 있어."

 "오빠, 정말이야? 그렇게 좋은 곳이 있어? 그런데 우리는 언제 가는 거야? 엄마를 빨리 보고 싶은데."

 "응, 우리는 여기서 좀 더 살다가 가야 돼. 그러니 오빠하고 행복하게 지내다 같이 가자. 그때까지 울지 말고. 까치 언니도 너를 잘 보살펴 줄 거야."

 "응, 알았어. 이나 언니도 나를 돌봐 주었어."

 "그래. 이나 언니한테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우리 집으로 가자."

 오빠 비둘기는 울음을 참느라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이들을 보는 이나도 슬픔을 꾹꾹 눌렀습니다.

 아기 비둘기는 "이나 언니, 고마워. 안녕." 하며 웃음 뛴 얼굴로 오빠 손을 잡고 날았습니다.

 먼 먼 하늘을 쳐다보는 아기 비둘기는 엄마 얼굴을 그려보았어요.


 이나는 집으로 뛰어들어가 엄마 품에 와락 안겼어요.

 "엄마, 엄마는 나와 같이 오래오래 살아야 돼. 약속하는 거지?"

 

 

 이 세상의 생명체는 언제인가는 엄마와 이별을 해야 합니다.

 매우 슬픈 일이나 어찌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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