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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Aug 10. 2022

26. 못 잊어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비로 가려진 먼 산은 안갯속에 파 묻힌 것 같다.

 천둥, 번개도 없이 내리는 빗소리는 어찌나 처연한지 으레 껏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 넓지도 않은 가슴에 왜 이리 그리움과  슬픔이 많은지, 영화 필름처럼 돌아가고 또 돌아가도 아직도 돌아갈 것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중학교 때 가곡 '옛 동산에 올라'를 배우면서 태어나서 처음 노래가 아픔으로 자리하는 걸 알았다.  지금도 그 노래를 부르면 눈물이 난다. 

 지금이야 세상 풍파를 다 겪어서 그렇다 하더라도, 그때는 열 네, 다섯의 어린 가슴이지 않는가.

 그중에서도  '산천 의구 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려' 하는 대목에는 목이 메어 부를 수가 없었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은하수는 아름답건만 멀리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따라 그리운 얼굴들이 스친다. 혹여 하늘나라에서 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아닐까 하여 따라가 본다.

 이미 이승의 강물을 건너 버린 못 잊을 모습들, 어쩔 수 없이 잊힌 듯 살아내지만 잊으라 한다고 잊히는 것이 어디 있으랴. 

 

 그 대단한 위력을 가진 호랑이도 엄마가 보고 싶어 높은 바위에 올라 울음을 토해 내리라.

 시인의 말대로 '모가지가 길어 슬픈 사슴'은 커다란 눈망울에도  눈물을 그렁그렁 담고 있다. 

 무엇이 그리 슬플까?


 마당에 고고히 피어있던 하얀 목련도 누렇게 퇴색되어 빗줄기에 떨어지면 생을 마감하는 슬픔에 젖는다.

 

 이 세상에 영원한 생명체가 있겠는가. 

 그러니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름답게 살다가 아름답게 떠나야 하련만.

 못내 못 잊어 슬픔으로 살다가 슬프게 떠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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