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다.
일곱 명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방에 들어가 무엇을 먹을까 하고 둘러보는데 벽에 '삼계탕 개시'라고 써 붙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종업원이 와서 "무엇을 드시겠어요?" 하고 상냥하게 묻는다.
나는 "저기 삼계탕은 어때요? 맛있어요?" 하고 벽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종업원이 "아유, 맛없어요. 다른 것 주문하시는 것이 나을 거예요." 하며 친절히 말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그럼, 삼계탕 일곱 그릇 주세요." 했다.
종업원은 "네? 아 네에. 삼계탕 일곱 개요." 하며 이상하게 쳐다본다.
"네. 맞아요."
나는 '왜? 뭐가 이상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먹고 나와서 동료가 물었다.
"아니, 종업원이 맛없다고 하는데 왜 하필 그것을 주문했어요? 완전 코미디 같아요. 호호호."
"으응, 그냥. 맛있었잖아."
아마도 그 종업원은 상당히 씁쓰름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요즈음의 일이다.
"마카롱 두 개 주세요."
"이거 굉장히 달아요."
"알아요."
"보통 단 게 아니라 많이 달다고요. 그래도 드려요?
"주세요."
"어떤 색깔로 드려요?"
"블루베리 하고 바닐라요."
종업원이 다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마치 '블루베리가 뭔지 아세요?' 하는 눈치다.
병원 안의 빵집에서 마카롱 두 개를 사들고 나오는데 어쩐지 언짢다.
내가 마카롱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나이 들었으니 당뇨가 염려되어서 그랬나?
살면서 이해관계없이 기분이 씁쓰름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래전에 삼계탕을 주문했을 때, 그 종업원의 기분을 언짢게 한 대가를 요즈음에 와서 되받은 것이다.
하, 그러한 세상 이치를 이제야 깨닫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