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선언'(Manifesto for Agile Software Development, 2001)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The Communist Manifesto)과 유사한 장점, 그리고 유사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
공산당 선언이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를 드러내며 노동자 계급의 계몽을 유도했듯이, 애자일 선언은 헨리 포드식 컨베이이어 벨트 생산 공정으로부터 개발자를 해방시킨다. '시스템' 혹은 '전체'가 '개인'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것을 거부하고, 피지배 계급의 인간성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이렇게 할 때 각 개인이 주체성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도덕적으로 올바르고 타인을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은 매우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 내용이 많은 지점에서 설득력이 있기에, 우리가 계속 지향해야 할 방향성으로 여겨야 한다. 이미 많은 현장에서 받아들여져서 세상을 변화시켰기도 하고.
그런데, 애자일은 공산주의와 마찬가지로, 이론처럼 완전하게 구현된 적이 없었고(작은 소규모 그룹에서 부분적으로 성공하는 정도가 전부일 뿐) 앞으로도 불가능해보인다.
한계:
'이상적인 이론'으로 존재할 뿐,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개의 매니페스토 모두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과 인성을 겸비한 사람의 관점에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개발자들로 모인 집단에서만 애자일은 유효하다.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어야하고, 메타적 시각으로 자신이 하는 업무를 끊임없이 반추 가능해야 한다. "동기부여로 무장한 구성원들"(Motivated individuals)이 "개발 후반부에 변경되는 요구사항에도 흔쾌히 응해야한다."(Welcome changing requirements, even late in
development)
생산수단과 결과를 공유하는 공산주의 시스템에서도 모두가 열심히, 자발적으로, 최고의 생산성을 내며 일할 수 있는 완벽한 인간상을 확보하기 어렵듯이, 애자일 방법론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매우 제한적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프로이트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해 지적한 코멘트가 애자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인간의 본성(instinct)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인 이론'이라는 비판이다.
이 문제는 아직 어떤 훌륭한 경영이론에서도, 철학에서도, 시스템과 도구에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냥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할 뿐이다. "누구와 함께 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