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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Dec 02. 2023

최선보다는, 꾸준함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꽃과 나무가 긴 동면에 들어간 정원 한쪽에 백묘국이 겨울왕국처럼 피어있다. 예쁜 꽃들이 화려함을 뽐낼 때, 수수하게 자리를 지키더니, 지금은 흰 눈 쌓인 듯한 우아한 자태가 황홀하기만 하다.   





은퇴하고, 우연히 키우게 된 꽃과 식물을 기록하기 위해 인스타란 플랫폼을 처음 접했다. 나보다는 훨씬 젊은 층이 이용하는 곳이라 망설였지만, 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용기를 냈다. 엉성하게 첫 피드를 올렸는데, 좋게도 멋진 인플루언서가 첫 팔로워를 해줬다. 신기하기도 하고, 용기도 나서 즐겁게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나처럼 경력이 짧은 사람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고수들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열심을 다했지만, 내 피드는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지고, 자신감도 점점 상실했다. 그동안 지인들이 우리 집 정원을 보고 예쁘다고 칭찬해서 한껏 고무됐던 내가 아니던가!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격려 차원이었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깨닫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의 예쁜 꽃들도 조금 지나면 시들어서 버려지는 게 아까웠다. 건조해서 사용하면 어떨까? 란 생각이 들어 작업실 한쪽에서 꽃들을 말렸다. 그리곤 말린 꽃들을 이용해 작은 소품을 만들어 인스타 피드에 올리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많은 분이 참신하다고 "좋아요"와 댓글, 그리고 팔로워로 응원했다.


자신감이 생기자, 갖가지 소품을 최선을 다해 만들기 시작했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어 연구하며 한참을 그렇게 보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남들과 차별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니 기쁨은 잠시! 오히려 심한 번아웃이 왔다. 심지가 다 타버린 말라깽이 촛불 같다고나 할까? 이거 왜 하나? 부터 시작해서 하기 싫은 수백 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좋아하는 일이긴 해도, 오래 못 갈 것임이 분명해 뭔가의 조치가 필요했다. 곧 "최선을 다함"의 많은 부분이 내 욕심임을 깨닫게 됐다. 마라톤을 해도 최선을 다해 달리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그냥 보통의 템포로 뛸 때가 있듯이... 어느 정도의 리듬을 가지고 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인스타 피드를 이틀에 한 번, 준비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꾸준히 올리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는데, 내가 완벽하게 최선을 다한 날보다 가볍게 올린 피드가 반응이 더 좋을 때가 많았다. 상당히 예외적인 발견이었다. 꼭 있는 힘을 다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꾸준하게 올리면서 나의 리듬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스스로 배웠다고나 할까? 비로소 최선에 대한 강박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 2년이 된 현재까지

400개가 넘는 피드를 올리고, 3,500명이 넘는 팔로워들과 평균 50개가 넘는 댓글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인스타 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최선을 다하자! 란 생각만 했더라면, 아마도 지금쯤은 지쳐서 지레 포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고, 그걸 이길 힘은 즐겁게 나의 리듬을 찾아서 하는 것이란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오랜 시간 묵묵히 있다가 지금에서야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백묘국처럼, 꾸준히 걷다 보면 꽃필 날도 있으리란 생각도 해본다.


PS

지난주, 미력한 제 글이 브런치 메인에 올라와 송구하게도 많은 분의 격려와 응원을 받았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정원산 백묘국으로 만든 리스를 공유합니다.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준비물: 백묘국, 유칼립투스, 마른 소재의 꽃들, 리스틀, 가는 철사, 글루건.

2) 백묘국을 작게 나눈 후 3-4가지씩 모아준다.

3) 빙 들러 가는 철사로 감아준다.

4) 사이사이 마른 꽃을 적당하게 배열한다. 



만드는 과정이 더 궁금하시면, 댓글로 알려 주세요.      

참고로 오늘 글의 글 소재로 쓰인 제 인스타 계정도 함께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happygardener_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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