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그 구멍

by 슈리엘 아샬라크


아끼던 옷 안끝, 더 깊은 곳에

잊힌 볼펜 하나가 숨어 있다


호주머니의 폐부는

삽질에 무너진 흙더미 같아

누군가 오래 파낸 상처를 닮았다


사라질 이름도

접힌 편지의 숨결도

호주머니 속에서 낡은 종이처럼 잠들어 있다


지쳐버린 생각들은

쉼을 찾아 숨어들고

스스로 무덤을 파듯 고요에 묻힌다


한때 아끼던 호주머니 같은 사람이 있었다

내가 낸 구멍 같은 사랑이 있었다


그러나 비어 있는 자리에도

어둠만이 남은 것은 아니다

주머니 속 헤어진 틈새마다

아직 바스락거리는 빛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