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불씨를 가져다줬다는 이유로
코카서스 산에 묶인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헤라클레스가 그를 구해낸 자리에
나는 누워 있네.
겹겹이 얼룩진 피와
독수리가 먹다 남긴 너덜거리는 간을
등으로 닦고, 또 닦으며
스스로에게 내린 형벌을 만끽하는
눈앞에 보이는 건
언제든 활강을 준비하는
여덟 마리 독수리가 그리는 커다란 원.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둥그런 먹구름이
원 한가운데 자리 잡는 순간, 너의 눈과 닮아 있다고 느꼈네.
아아, 나는 이 형벌을 끝낼 수 없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