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법정에 서다-1

by 원솔

20년 전 당시만 해도 신용불량자는 취업에 불이익이 많았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공기업의 신원 조회에서도 탈락 사유였기에

21살 대학생에게 신용불량자라는 타이틀은, 미래로 가는 길을 무참히 끊어놓는 칼과 같았다.


그렇다고 당장 고시원비와 생활비, 학비까지 벌어야 하는 내게,

7천만원이 넘는 빚을 갚을 여유 따윈 결코 없었다.


학기 중이라 일단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지만 좀처럼 마음을 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땐 미처 몰랐다. 아직 내 앞에 더 큰 절망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다음 학년으로 넘어갈 무렵,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았다.

oo유통회사에서 나에게 빚을 갚으라고 소송을 걸었다는 내용이었다.


'뭐지?'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oo유통회사는 어머니가 일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소장을 확인해보니, 어머니가 회사로부터 가불을 받고 돈도 빌렸는데

그것을 갚지 못하고 잠적했으니 연대보증인인 내가 갚으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이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던 기억이 없어

당장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oo유통회사에서 나한테 돈값으라고 소송을 걸었는데, 이게 뭐야?"


"무슨 말이니 그게?"


"연대보증인이라고 소송을 했다는데?"


"하, 그런 적 없어. 걔네들이 나한테 돈을 못받으니까 너한테 소송을 건 것 같구나"


자신은 결코 나를 연대보증인에 세운 적이 없으니,

oo유통회사에서 불법적으로 나를 옭아매는 거라고 했다.


소송.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송사에 휘말릴 일도 없는데 대학생인 내가 소송을 당하다니.


어머니의 말을 듣고, 저들이 없는 사실을 지어서 소송을 걸었다고 확신해 방법을 찾아보았다.

아버지께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신용불량 소식을 알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고, 어떡하노"란 걱정스러운 말 외에는 현실적 해법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체념.


부모가 내 삶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슬픈 현실을

너무 일찍 깨달은 내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주변에 사실을 알렸는데,

마침 대학 동기가 이런 사정을 듣고 법무사인 자신의 형에게 도움을 청했다.


얼마 후 어머니와 나, 그 형까지 셋이 만나 탄원서와 의견서를 작성했다.

그자리에서 어머니는 연대보증 세운 일이 없다며 정말 억울하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회사측에서 나를 무고하는 거라며 그 내용까지 넣어서 서류를 완성한 후 법원에 내고 답변을 기다렸다.


얼마 후, 회사 측에서 우리의 의견을 반박하는 서류를 보내왔다.

그런데 거기서,


내 인감도장이 찍힌 연대보증 동의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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