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7천만원의 빚이 굴러 들어왔다

by 원솔

그날도 과외 아르바이트를 늦게까지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고시원으로 들어갔는데, 총무님이 우편물 하나를 내밀었다. 발신자는 OO신용정보회사. 왜 여기서 내게 우편물을 보냈는지 의아했지만 일단 방으로 들어가 뜯어보았다. 가지런히 두번씩 접힌 속지를 펼쳐보니, 정중한 문투로 어머니가 여러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연대보증인인 내가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원금에 연체 이자까지 불어나 갚아야할 금액이 7,400만원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잘못 온 내용인 줄 알고 몇번이나 다시 읽었지만 결론은 같았다. 당시 최저 시급이 2천원이던 시절이니 지금으로 따지면 2억이 훌쩍 넘는 빚이 내 앞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21살에,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안되겠다 싶어 어머니께 당장 전화부터 해 자초지종을 물었다.


"미안하다. 너희를 키우느라 여기 저기서 돈을 빌렸는데 이제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어머니는 지치고, 체념한 듯한 말투로 담담히 말씀하셨다. 대체 언제 내가 연대보증을 섰는지 따져 묻다 스치는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IMF로 가세가 기울자 어머니는 카드사 여러 곳에서 대출을 일으켰는데, 내 학자금 명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필요 서류에 사인하라고 하시기에, 아무 생각없이 그리했는데 그 안에 연대보증 책임 내용도 함께였던 것이다.


"그럼 이걸 어떻게 해?"


"모르겠다. 미안하다. 나도 돈나올 구멍이 전혀 없구나."


"아니, 나 이제 대학생인데 신용불량자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냐고."


"내가 나만 잘먹고 잘살려고 그랬니?! 너를 키우다 보니 그렇게 된거야!"


격앙된 감정에 날선 대화만 오고갔지, 해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방법이 이미 없는 상태였으니 여기까지 왔겠다 싶었다. 일단, 전화를 끊고난 후 고시원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현실 앞에 1평짜리 방이 더 작게 느껴졌다.


'아, 정말 삶이 쉽지 않구나!'


입에서 장탄식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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