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짜리 청춘

by 원솔
"모든 것은 젊었을 때 구해야 한다. 젊음은 그 자체가 하나의 빛이다." - Johann Wolfgang von Goethe


비단 괴테의 찬양이 아니라도,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꼽으라면

대부분 20대 초반이라고 답하리라.


젊음의 에너지가 정점에 달한 시기이자,

나중에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득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가장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20대 초반은 지독한 좌절과 싸우느라

너무 세상의 쓴맛을 일찍 깨달아 인간미를 잃어가던 때였다.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서문에서 도보 10분거리 연희동 대로변의

허름한 건물 3층에 자리한 고시원.


창문도 없는 월 20만원짜리 가로 세로 1.8m에 불과한 1평짜리 방 한칸이

21살 나의 보금자리였다.


내 한몸 누우면 꽉 채는 가로 80센티미터짜리 침대와 작은 옷장과 책상,

12인치 브라운관 TV, 그게 방안에 있는 전부였다.


얇은 합판으로 된 벽은 옆 방사람의 작은 뒤척임까지

정확히 전달할 정도라 전화 통화도 밖에 나가서 해야 했다.


그야말로 앉아서 공부하고, 눕는 것 이외의 행동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화장실도 30명이 같이써야했고, 세탁기도 하나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밥과 김치는 제공되고 천장에 뚫린 환기구로 찬바람과 더운 바람이 나온다는 정도랄까.


사람 한명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 면적이 6평이라는데

그 6분의 1에 내 청춘이 구겨져 있었다.


사실 처음 고시원의 문을 두드렸을 때만해도, 이 정도 환경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지독히 가난한 집안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합격했기에

자신감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왔으니 나만 열심히 하면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 거란 막연한 믿음이 가득했다.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고 과외 아르바이트도 하며 생활비와 고시원비를 벌었다.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없는 장밋빛 희망이 깨지는 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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