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족 간 자금거래, 차용증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by 원솔



증여와 대여, 세법은 어떻게 다를까요?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줄 경우, 세법은 10년 동안 성인은 5,000만 원, 미성년자는 2,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 줍니다. 그러나 그 이상을 지원받을 때는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대여’임을 입증할 증거가 필요합니다.


이때 가장 기본적인 서류가 차용증(금전소비대차계약서)입니다.

차용증에는 대여일자, 원금, 이자율(세법상 적정 이자율은 연 4.6%), 상환 기간 등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공증이나 확정일자를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하지만 차용증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국세청은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합니다. 실제로 이자가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상환이 이루어졌는지까지 살펴봅니다. 부모는 받은 이자를 이자소득으로 신고해야 하며, 자녀에게는 상환 능력이 있어야 대여로 인정받습니다.


소득이 전혀 없는 자녀가 거액을 빌렸다면, 아무리 서류를 갖춰도 ‘증여’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차용증이 있어도 조사 대상이 되는 이유


실제 사례를 보면, 서류를 완벽히 준비했더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한 30대 직장인은 부모로부터 주택 자금을 빌리며 차용증을 작성하고, 매달 어머니에게 이자를 송금했습니다. 주택자금조달계획서도 빈틈없이 제출했습니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과거 10년간의 가족 간 이체 내역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습니다.

생활비, 자취방 보증금, 용돈 등 여러 계좌를 거친 거래가 모두 조사 대상이 되었고, 세무사 비용만 500만 원이 들었습니다.


결국 단순히 서류를 작성했다고 해서, 조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입니다.


가족 간 자금거래 시 꼭 챙겨야 할 사항


가족 간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실제 이행입니다.
먼저, 차용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합니다. 원금, 이자율, 상환 기간, 상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말로 한 약속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공증이나 확정일자를 받아두어 계약의 시점과 진정성을 객관적으로 남겨야 합니다.


둘째, 이자 지급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속한 날짜에 정기적으로 이자를 송금하고, 그 내역이 계좌에 남도록 해야 합니다. ‘이자상환’이라는 문구를 송금 메모에 기재하면, 나중에 증빙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셋째, 원금 상환 내역도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만기 시점에 한 번에 상환하는 방식은 국세청이 ‘증여’로 의심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일정 금액을 분할하여 상환하고, 그 내역을 꼼꼼히 보관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넷째, 차용인의 상환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가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거액을 빌리면, 아무리 차용증이 있어도 실질적인 대여로 보기 어렵습니다. 일정한 급여나 사업소득 등 실제 상환 가능한 재원이 있어야만 대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금의 흐름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돈을 빌려준 출처, 자녀가 사용한 목적 등을 문서나 자료로 보관해 두면, 국세청의 소명 요청이 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미리 대비하면, 세금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국세청은 가족 간 거래라도 ‘형식적 차용증’만 믿지 않습니다.

계좌 이체 내역, 실제 상환 기록, 자금 흐름의 합리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부모에게 돈을 받거나 송금할 때는 반드시 구체적인 용도를 남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자 상환’, ‘생활비’, ‘결혼자금’ 등 명시적으로 적어 두면, 추후 증여 여부를 판단할 때 도움이 됩니다.

또한 결혼, 주택 마련 등 큰 자금을 지원받을 계획이 있다면, 성년 이후 10년치 거래 내역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전 기록이 정리되어 있어야 향후 받을 자금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간 돈거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지만, 세법은 감정보다 기록을 봅니다.

도움을 주는 부모의 마음도, 도움을 받는 자식의 사정도 이해되지만, 그 관계를 지키기 위해선 투명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26화GPU 시대를 넘어, 이제는 ‘피지컬 AI’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