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쉽지 나의틀을 깨고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해나갈 수 있을지 두려웠다. 아니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새롭게 달라져야 한다는 걸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마음을 먹는 것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특히나 그동안 나는“도전적, 적극적”과 같은 단어들과는 거리가 먼 “안정적, 소극적”에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 그래도 달라져야 했다. '대학생 때의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28살의 나'는 용기를 내지 못하면이대로끝이라는 걸 직감했다.
처참한 이 상황에서도 ‘포기’라는 내 선택 만큼은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을 포기한 건 내가 인내가 없어서가 아니라 '많은 분야들 중 단지 맞지 않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라고.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다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길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럼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뭘까? 가장 먼저 나의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했다. 외면할수록 나아지는 건 없었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희망만은 접지 말자고 다짐했다. 내가 달라질 수 있느냐의 여부는 앞으로 마음 먹기에 따라 달려있으니까.
'내가 무엇을 하든 지금 상황보다는 앞으로 나아질 일만 남았어'라는 나에 대한 믿음이 가장 필요했다. 믿음이 안 생기더라도 믿어야 했다. 나를 믿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조차 없었다.공시생을 포기하고할 수 있는 유일한 건 나를 믿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포기한 순간부터 다짐했다. 이 결정을 절대 후회하지 않게 만들겠다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
인생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며 즐겁게 사는 사람들을 무수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으려고 했다. 결국 좋아하는 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자신이 관심 있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나 정해서 지속적으로 꾸준히 했다는 점이었다. "꾸준히, 성실하게" 그래서 꾸준히 할 것을 정하기 위해 나부터 제대로 들여다 보기로 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포장한 나'가 아닌 '진짜 날것의 나'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 일이든 취미든 하나를 정해서 시작하게 되면, 어떤 것이든 버텨서 1년은 해보기로! 그리고 다음의 과정을 통해 나는 나를 알아가기로 했다.
1. 과거의 활동, 감정 등 나열해 보기
내가 어떤 것에 관심 있는지 사소한 것부터 모조리 나열해 봤다. 회사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처럼 단순히 취업을 위해 경험한 것들만 쓰면 결국 또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소한 취미의 예로 나는 친한 친구들에게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손편지를 쓰면서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나에겐 행복이었다. 그리고 혼자 홈트하는 것을 좋아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몇 년간 꾸준히 해온 나만의 루틴이 있다. 이런 식으로 모두 포함해서 적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도 적어봤다. 내가 왜 그것을 좋아했는지, 그것을 통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등등.
2. 나를 중심에 두고 마인드맵 그리기
마인드맵을 그릴 때 중요한 건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이 써보는 것'이었다. 1번에서 나열한 것들을 바탕으로 부담 갖지 않고 가지를 뻗어 나가며 그려보기로 했다. 중간에 가지가 끊기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생각을 다 쏟아내 보기로 했다.
3. 좋아하는 것을 직업에서, 더 나아가서 취미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기
내가 좋아하는 활동들이 밥벌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해 봤다.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봤다. 당시 관심 있던 곳들에 다 문을 두드렸다. 손편지 사업하는 곳에 채용 문의 이메일을 보내고, 요가 지도자한테 페이스북으로 메신저를 보내보고, 현직 크루즈 승무원 블로그를 찾아서 질문을 남기고 이메일도 보내봤다. 내가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다는 건 이미 경험했고, 세상은 내 노력을 다 알아주진 않기 때문에 일단은 행동으로 옮긴다는 자체에 집중했다. 추가로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도 연결할 수 있는지' 점검해 봤다. 당시 나는 유튜브 보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했는데 '남의 것을 볼 시간에 차라리 내 걸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취미에서만 끝나지 않고 꾸준히 해낼 수 있는 무언가로 만들어내고 싶었다.
4. 우선순위 정하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적인 측면까지 어느 정도 나왔다면 이제 우선순위를 정한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시기상 먼저 돌아오는 일정부터 준비해 보거나 마음이 먼저 끌리는 것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위의 방법들을 통해 나는 당시에 하고 싶은 것들이 3~4개 정도 나왔다. 신기했던 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나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이것저것 떠올랐다는 사실이었다.
5. 구직 사이트에서 키워드 검색하기
좋아하는 영어를 일하면서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일단은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그 외적으로 다른 경험을 시도해보는 것. 그게 내가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했다. 그래서 먼저 "영어, 공항” 등을 검색창에 입력해가며 끊임없이채용 공고를 살펴봤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직업의 종류는 몇 가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키워드들과 연관된 다른 채용 공고들까지 함께 뜨다보니,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때 당시 “항공 보안 인터뷰어”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소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던 그 직업을 더 알아보기로 했다.
누군가가 인생의 해답을 내려줄 순 없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건 취업 코치도 무당도 아닌데, 그동안 왜 그 답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해왔을까? 인생을 살아가는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나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취업을 떠나서 인생의 기준을 세울 수 있고, 나라는 사람이 명확해진다는 것이었다. 바로 나의 사소한 취향까지 알아야 하는 이유였다.